카테고리 없음

33년만에 다시 부르는 '타는 목마름으로'

JBC(정병철) 2020. 6. 11. 17:10
반응형

김지하 시인 블로그

33년 전이다. 1987610일 필자는 서울 시청과 명동 부근에 있었다. 최루가스와 땀에 범벅인 채 시인 김지하 시구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노래를 불렀다.

민주주의가 전부인 줄 알았던 시절, 당시 대학생들은 강의실 대신 아스팔트로 몰려나와서 전두환 정권 퇴진을 외쳤다. 그 해 629, 마침내 전두환 정권은 헌법 개정과 민주 선거를 약속했다. 탄압 속에서 계속된 민주화 운동의 결과였다. 6월 항쟁, 민주주의 시대를 열었다.

그 후 33년이 흘렀다. 20대가 50대가 됐다. 이젠 아들딸이 20대다. 민주주의가 더욱 발전되었을까. 아니다. 민주주의가 후퇴했다. 죽어가고 있다. 민주주의를 죽이는 세력들이 다름 아닌 80년대 민주주의를 목놓아 외쳤던 그들이다. 지금 그들이 문재인 정권과 함께 한국 자유 민주주의를 질식사 시키고 있다.

10일 문재인 대통령은 6·10 항쟁 33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사 "우리의 민주주의는 더 크게, 더 튼튼하게 자라고 있다. 이제는 남부럽지 않게 성숙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이제 더 많은 민주주의, 더 큰 민주주의, 더 다양한 민주주의를 향해 가야 한다"고도했다."고도 했다. 그는 이날 민주주의53회나 언급했다.

그가 말한 민주주의는 뭘까. 그의 말대로, 민주주의가 더욱 발전되고 민주주의로 향해 가고 있을까. 문 대통령이 언급한 실질적 민주주의, 일상의 민주주의, 성숙한 민주주의 등이 실제 상황과는 괴리돼 있다.

계몽주의 정치사상가인 프랑스의 몽테스키외는 정치체제를 구성하는 입법권, 행정권, 사법권 등 3권이 자신들에게 주어진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 정치체제가 타락한다고 경고했다.

3권이 나뉘고 이들 간 적절한 견제와 균형이 이뤄질 때 개인의 자유는 보장된다고 했다. 이들 간의 적절한 견제와 균형이 무너질 경우 정치체제는 타락하고 독재로 향하고 개인의 자유가 사라진다까지 경고했다.

대한민국은 행정정과 사법권이 무너졌다. 지방권과 언론도 문 정권이 장악했다.. 그 마지막 남은 입법권도 저들 손으로 넘어갔다. 입법이 무너지면 문재인 좌파 독재 정권의 타락 현상이 더욱 노골화될 것이다는 경고가 이젠 빈 말이 아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작년 말 선거의 규칙인 선거법을 제1야당을 배제한 채 일방 처리했다. 국민은 제대로 이해하기도 힘든 괴물 선거법이 만들어져 비례 정당이 등장하고 공천은 난장판이 됐다.

이 선거판에서 민주당은 177석을 얻었다. 지난 5일 더불어 민주당은 21대 국회를 무려 53년 만에 일방 개원해 국회의장을 선출했다. 민주당은 18개 국회 상임위원장을 독식하겠다고 한다.

여당은 53년 전 정권이 했던 것과 똑같이 제1 야당을 배제한 채 단독으로 국회의장을 선출한 데 이어 상임위원장도 독식하겠다고 한다. 삼권분립을 포기하고 거수기 국회를 자임하는 행태나 다름없다.

대통령제에서 입법부 제1 책무는 행정부 견제이고, 헌법에도 그렇게 돼 있다. 거대 여당의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입법·사법·행정 모두를 점령하듯 자기들만의 카르텔을 만들었다.

울산 선거 공작을 벌이고 이를 수사하는 검찰을 공중분해시켰다. 민주화 운동권이라면서 법치와 민주를 다 흔들었다.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의 덕목은 합법적 절차. 이 과정에서 공정한 법치주의가 실현되어야 한다.

그러나 마치 권력의 요술방망이라도 손에 쥔 것처럼 대한민국의 입법, 사법, 행정의 3부위에 군림하며 국정운영을 조자룡 헌 칼 쓰듯 휘두르는 오만과 독선에 취해 있다.

사법부와 검경, 정보기관, 국세청, 선거관리위원회, 통계청 등의 중립적 기구에는 이미 측근을 들여보내 장악했다. 공수처법을 통해 이젠 마침표만 찍으면 된다.

사진출처=동아일보

오늘날 한국 민주주의가 그렇게 죽어가고 있다. 3년 전 문재인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라고" 약속했다. 그의 약속대로 지금 대한민국 국민들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독재 민주주의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도 지난 총선에서 드러나듯 국민은 177석의 슈퍼 여당을 만들어줬다. 또 각종 여론 조사를 보면 국민의 60% 이상이 문재인을 지지한다. 민주주의를 파괴시키고, 희안한 일들을 벌이는 정권이라면 국민 지지율이 낮아야 하고, 지탄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그들을 떠받들고 지지한다. 문재인은 민주주의 승리로 화답한다.

지금 민주주의 파괴는 80년대 그렇게 민주주의를 부르짖었던 운동권 세력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오늘날 대한민국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이 대한민국 신주류를 형성하면서 곳곳에 대한민국 역사와 정체성을 부정하고 혁명으로 우리 사회를 통째로 바꾸려고 하고 있다.

문제는 작금의 한국 민주주의는 국민이 선출한 지도자의 손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 민주적 절차를 거쳐 당선된 대통령이 권력을 잡자마자 민주적 절차를 해체해 버리는 것이다.

촛불로 권력을 찬탈한 문재인 정권이 헌법을 허물고 좌파 독재를 더욱 합법적으로 다지고 있다. 1933227일 히틀러가 독일 의사당 화재 사건을 통해 나치 독일 정권을 수립했던 것처럼 문재인은 세월호와 촛불세력을 이용, 순식간에 자유 민주주의를 해체해버리려 한다.

그러나 정작 대부분 사람들은 정확하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잘 깨닫지 못한다. 많은 이들은 여전히 민주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다고 믿는다.

쿠데타나 계엄령 선포 헌정 질서 중단처럼 독재의 경계를 넘어서는 명백한 순간이 없기 때문에 사회의 비상벨은 울리지 않는다.

하버드대의 정치학자인 스티븐 레비츠키(Steven Levitsky)와 대니얼 지블랏(Daniel Ziblatt)은 저서 민주주의는 어떻게 무너지는가(How Democracies Die)’에서 선거를 통해 권력을 장악한 독재자의 시나리오에서 가장 비극적인 역설은 그가 민주주의 제도를 미묘하고 점진적으로, 심지어 합법적으로 활용함으로써 그 민주주의를 죽인다는 날카로운 지적을 했다.

두 사람은 잠재적인 독재자가 권력을 잡으면 민주주의는 두 번째 중요한 시험대에 오른다. 그 독단적인 지도자가 민주주의 제도를 전복할 것인가, 아니면 민주주의 제도가 그를 통제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제도만으로 선출된 독재자를 제어할 수 없다. 정당 체제와 시민사회는 물론 민주주의 규범이 필요하다. 그 규범이 무너질 때 헌법에 명시된 권력분립은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민주주의 보호막으로 기능하지 못한다.

3권과 지방권까지 장악한 이 정권에 헌법이 제어할 수 있는 보호막이 될 수 있을까. 문 정권은 민주주의 제도를 정치 무기로 삼아 마음껏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문 정권은 사법부를 비롯한 중립기관들을 자신의 입맛대로 바꾸거나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 민노총이 장악한 언론은 이미 이 정권의 민주주의 파괴 동조자가 되었다. 다른 시민 단체도 다른 목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매수하고, 선거법 개정을 통해 야당에 불리하게 운동을 기울여 놓았다.

사람들은 국가의 운명이 국민의 손에 달려 있다는 믿는다. 국민이 민주적 가치를 지지하고 저항한다면 민주주의가 살아남을 것이다고 확신한다. 그래서 분노를 나타냈고, 저항을 했다. 하지만 그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독재자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는 국민이 먼저 그 독재자의 실체를 깨닫고 선거서 이들의 독재가 이어질 수 없도록 견제를 해야만 했다. 그러나 국민들은 독재를 지지했다. 시퍼런 독재가 더욱 기승을 부리고, 민주주의는 그렇게 무너져 가고 있는데도 말이다.

모든 정치인이 권좌에 오르기 전에 자신의 독재 특성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다. 처음에는 민주주의 규범을 성실히 따르다가 나중에 본색을 드러낸다. 예일대학 교수 린츠는 오랜 연구를 통해 민주주의가 왜, 그리고 어떻게 죽어가는지를 연구했다.

하버드대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랏 두 교수는 린츠 교수의 연구 자료를 통해 잠재적인 독재자를 감별할 수 있는 네 가지 경고 신호를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첫째, 말과 행동에서 민주주의 규범을 거부한다고 했다. 헌법을 부정하거나 이를 위반할 뜻을 드러낸 적이 있는가. 선거제도를 철폐하고 헌법을 위반하거나, 기본적인 시민권 및 정치권리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 적이 있는가.

둘째, 경쟁자의 존재를 부정 내지 부인이다. 정치경쟁자를 질서의 파괴자라 비난, 상대 정당을 범죄 집단으로 몰고, 법률 위반을 문제 삼아 그들을 정치무대에서 끌어내리려 한다. 정치경쟁자가 외부 정부와 손잡고 은밀히 활동하는 스파이라는 주장을 펼친다는 것이다.

셋째, 폭력을 용인하거나 조장하고 묵인한다. 폭력행사를 지원 지지자들의 폭력행위에 암묵적으로 동조한다. 과거 다른 나라에서 벌어진 심각한 정치폭력 행위를 칭찬 내지 비난을 거부한다.

넷째, 언론의 자유를 포함하여 정치 경쟁자의 기본권을 억압한다. 명예훼손과 비방 집회를 금지하거나 정부 및 정치조직을 비난하는 등 시민의 자유권을 억압, 상대 정당, 시민단체, 언론에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협박한다는 것이다.

두 교수는 이를 리트머시 테스트화 했다. 두 교수는 이러한 기준 중 하나라도 충족한다면 우리는 그를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87년 민주화운동에다, 인권변호사 출신인 문재인이 설마 민주주의를 잠식시킬까. 그러나 놀랍게도 두 교수가 쓴 민주주의는 어떻게 무너지는가에서 밝힌 네 가지 경고와 거의 일치한다.

87년 저들과 함께 목터져라 불렀던 타는 목마름으로민주주의가 바로 저들의 손에서 타들어 갈지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래서. 더욱 억장이 무너진다.

국민이 권력을 가지고 그 권력을 스스로 행사하는 제도. 또는 그런 정치를 지향하는 사상. 기본적 인권, 자유권, 평등권, 다수결의 원리, 법치주의 따위를 그 기본 원리.’ 민주주의.’ 정의다.

33년 전 아스팔트에서 불렀던 타는 목마름으로노래. 그 후 이 노래를 별로 부른 적 없었다. 그런데 2020년 6월 나의 작은 사무실에서 다시 이 노래를 부를 줄이야 누가 예상했겠는가. 역사는 반복된다지만 참말로 기가 찰뿐이다.

오직 하나 타는 가슴속 목마름에 기억이/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