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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곳에 가면

오늘 '딱' 한잔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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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정이 춤추는 번동 '고등어랑 낙지랑' 

 

주인장 백현숙씨가 기타를 치며 부르는 노래는 손님들의 애간장을 녹인다

 

“이렇게 추운날에는 퇴근길 소주 한잔 해야 하는데···”

서울 강북구 번동 뒷골목. 도로를 따라 길게 이어지는 곳으로 가면 참 희안하고 별난 대폿집이 있다.

대폿집 이름이 ‘고등어랑 낙지랑’.

퇴근 후 소주한잔 떠올리면 생각나는게 ‘삼겹살에 소주’이지만 이 집 간판을 본 순간 고양이가 생선 가게를 못지나치듯 퇴근 후 발길을 머물게 한다.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술집은 아니다.

정말 퇴근 후 ‘딱 한잔’하기에는 넉넉하다.

비록 깔끔하지는 못하더라도 부담 없이 찾아갈 수 있고 편안하게 한잔 할 수 있는 술집이다.

술집을 찾았을 때 알게 모르게 느껴지는 편안함, 그것은 이 집만의 장점이다.

이 집에 들어서면 주인장의 큰 소리가 정겹다.

 

 

“어서오이소”

주인장의 구수하고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가 손님을 반긴다.

손님들은 어김없이 묻는다.

“사장님 고향이 경상도에요”

“네, 저는 고향이 부산 해운댑니다.”

'하하호호~~~'

부산 해운대가 고향인 이 집 주인장은 술을 팔지 않는다고 한다.

'정을 주고 정을 판다'나

각박한 세상, 갈수록 정이 메달라지고 있다.

이 집 주인장은 “소주 한잔에 정을 담고, 막걸리 한 사발에 정이 묻어나면 그 얼마나 정겨운 일입니까예”라고 말한다.

정을 파는 이 집의 안주는 안주마다 정이 눈처럼 소복히 쌓인다.

 

 

 

이 집의 일품 안주는 주인장이 직접 구워주는 노릇노릇한 고등어 구이.

껍질은 바삭바삭하고 속살은 부드럽다.

짜지 않다.

제주에서 공수해오는 생고등어에 천일염을 살짝 뿌려 굽는다.

전어구이 내음에 집나간 며느리가 돌아온다지만, 이 집 고등어 구이 내음에 주객들은 발길을 멈춘다.

여기에 낙지다. 수족관에서 낙지 한 마리를 쓱 건진 후 양칼로 ‘난도질’ 한다.

낙지가 접시위를 탈출하려고 기어나온다.

죽은 소도 벌떡 일으켜 세운다는 낙지.

 

 

이 집의 낙지는 전남 무안에서 직접 공수해온다.

싱싱함이 더해져 낙지에 소주의 환상적인 궁합이 남성 힘의 발원이다.

주인장의 넉넉한 정은 안주 서비스에서도 팍팍이다.

“어, 이거 안시켜는데요”

“서비슨데예”

 

 

 

양은냄비에 펄펄 끊는 홍합탕 대령이다.

허 웬걸, 또 파전까지 그저 준다.

고등어 구이와 소주 한병 시켰는데 홍합탕에 파전까지 넉넉한 서비스에 입가에 미소가

절로 나온다.

이 집은 바다의 음식과 요리는 다 있다.

겨울철 최고의 별미는 뭐니 뭐니해도 과메기다.

주인장의 인심이 얼마나 좋은지 과메기의 궁합요소들, 미역 다시마, 양배추, 잔파 등은 한접시 가득이다.

주인장 혼자서 지지고, 볶고, 자르고,  굽고 다하지만 손님이 원하면 맞춤형 안주도 제공해준다.

일종의 주문형 안주다.

"홍합탕을 얼큰하게 맵게 해주세요."

서비스 안주인데도 군말않고 오분뒤면 얼큰한 홍합탕을 내놓다.

손길이 바쁘지만 손님이 고등어 조림을 부탁하면 즉석에서 후다닥이다.

비결은 음식 경력 20년 사장님 손끝이다.

주인장의 음식맛은 풍류남아 이태백도 울고간다.

단골손님 정연호씨는 “이 집 맛의 비결은 사장님의 손끝과 정이다”고 추켜세운다.

 

 

부곡에서 직접 담근 후 가져오는 막걸리

 

막걸리도 손맛이다.

물좋은 경남 부곡에서 직접 담근 막걸리를 공수해온다.

나이 드신 아저씨들은 큰 통에 꽉찬 막걸리 맛에 반해 한 주전자 벌컥 비운다.

서너명이 모여서 싱싱한 해산물 안주에 고등어 구이, 소주에 막걸리 마셔도 기껏 삼만오천이다.

주인장의 취향은 가게 곳곳에 배어 있다.

대부분 식당에는 전기·가스·휘발류 난로가 있지만 이 집은 연탄난로다.

 

 

그 연탄난로위에서 지근지근 익는 고구마는 이 집의 달콤하고 쫀득한 정이다.

작은 스피커에서 들릴듯 말듯 흘러나오는 옛 음악.

“첫 사랑 그 소녀는 어디에서 나처럼 늙어갈까~~~”

최백호 ‘낭만에 대하여’ 노래를 들으며 한잔 술을 마시면 나도 모르게 음유시인이 된다.

이문세 노래와 7080 팝송 등.

우리 귀에 낯익은 곡들이 쉽없이 타고 흘러나온다.

 

해운대 해수욕장 인어상

 

주인장의 통기타 연주도 빼놓을 수 없다.

이 가게 주방옆에는 주인장의 애물단지 1호 통기타가 놓여 있다.

주인장이 직접 기타를 치며 허스키한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에 가수 이미자도 반할거다.

손님들은 “주인장 한곡 더요”라고 앵콜을 외친다.

젓가락을 식탁에 두르리며 부르는 뽕짝 ‘미아리 고개’

술익어 가는 저녁 이곳이 술집인지, 작은 콘서트장인지 분간이 안간다.

술 한잔에 정을 마시고,

술 두잔에 추억을 마시고,

세잔의 술은 각박함을 녹여준다.

이 곳의 밤은 날마다 술과 추억, 정이 어우러져 덩실 덩실 춤을 춘다.

“여보게 오늘 딱한잔 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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