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이 기자회견에선 “허리만 툭 쳤다”고 해명했다가 청와대 민정수석실 조사에서 “인턴 여성 엉덩이를 만졌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윤창중의 성 추행이 점입가경이다. ‘청와대 입’ 윤창중이 박근혜 대통령 방미 기간에 그런 추행을 했다면 그가 공직자가 아니었을 때는 어땠을까.
윤창중 성추행 사태를 지켜보면서 아마도 대한민국 권력층이나 공직자 중 ‘뜨끔’ 했을 사람들이 더러 있었을 것이다. 과연 그들은 여성 엉덩이뿐만 아니라 여성의 더한 곳에 추악한 손을 들이대지 않았을까. 사실 여성 엉덩이를 한 대 툭 쳤다는 것만으로 전 세계적으로 대한민국 국격이 하루아침에 곤두박질치고, 박근혜 정권의 도덕성까지 타격을 입힐 줄이야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기자 생활을 하다 보면 많은 권력층 인사들과 술을 주거니받거니 한다. 그럴 때 가끔 엉덩이를 툭 치는 장면을 목격하곤 했었다. 처음엔 그런 장면이 당황스럽게 비쳐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술자리 횟수가 많을수록 이해로 다가온다.
엉덩이를 한 대 툭 치는 사람보다 엉덩이를 한 대 툭 맞은 여성도 이것을 성추행 행위로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상대 남성의 애교 정도도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런 툭 치는 행위를 가끔씩 보다 보면 훗날 자신도 모르게 툭 치는 것에 길들여진다.
성추행 의식이 없는 일종의 남성 과시형 습관이다. 생물학적으로 수컷인 남성은 여성인 암컷 앞에서 과시를 하는 경우다. 특히 남성들끼리 모여 있을 때 더욱 과시를 한다. 재밌는 것은 이들이 엉덩이든 다른 부위든 한 대 툭 칠 때 어김없이 내뱉는 말이 있다. “언니(마담) 참, 예쁜데” “아주 귀여워” 등이다.
강남에서 룸살롱을 경영하는 S사장은 “아가씨들은 권력층 인사들 시중 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S사장은 그 이유에 대해 “아주 얌전하게 노는 사람이 많지만 룸살롱까지 오는 권력층 인사들은 아주 질퍽하게 치근댄다”고 밝혔다.
엉덩이 한 대 툭 치는 것은 애교로 봐줄 수 있지만 한국에서 그래도 좀 잘나간다는 사람들은 여성을 한낱 노리개로 여긴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룸살롱에서의 행위라 성추행에 대한 면죄부가 일부 주어지겠지만, 만약 그때 누군가 성추행 당했다고 고소라도 하면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한때 개그맨으로 잘나갔던 주병진 씨가 무죄를 받았지만 성추행으로 인해 결국 인생의 오점을 남겼듯이, 이제까지 한국의 여성들은 엉덩이 만지는 것쯤에 대해선 너무나 관대해졌다. 그러기에 윤창중 입에서 여성 엉덩이든 허리든 그것을 만진 건 양국의 문화 차이를 간과한 까닭이라고 강변하지 않는가.
윤창중이 여성의 허리를 함부로 감싸 안거나 두드리는 건 한국에서도 성추행에 해당되는 줄 몰랐다는 항변인가. 참으로 구역질나는 변명이다. 그럼 한국에선 그래도 된다는 말인가. 다름 아니다. 습관에 길들여진 행위를 두고 '문화적 차이' 운운하는 것이다.
권력층이건 아니건 남성이 젊은 여성을 좋아하는 것은 이해가 간다. 그렇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만큼 상대의 맘에 들기 위해선 상대를 인권을 가진 주체로 대해야 할 것이다. 상대에 대한 존중이 기본인 '에로스 정신'을 팽개치고, 상대를 그저 일개 성 노리개로 대할 수 있는 것이 권력의 힘이라고? 큰 착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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