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애국당과 흩어져 있는 각각의 태극기 세력이 통합해야 한다.”
최근 들어 부쩍 이 같은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6.13 지방선거 참패 이후 자유한국당이 내분으로 치닫자 더욱 통합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한애국당과 태극기 집회를 개최 하는 세력 간의 통합론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지난해부터 줄기차게 제기되었다. 그런데 왜 통합이 되지 않았을까.
한번 따져보자. 이를 거론하기 전 대한애국당의 정체성이다. 애국당은 정당일까. 아니면 태극기 시민 단체 세력일까. 일각에선 대한애국당이 ‘정당의 탈을 쓴 태극기 집회 조직이다’고 지적하는 자들도 있다.
하지만 애국당은 정당이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대한애국당은 2017년 8월 30일에 공식 창당되었으며, 9월 4일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되었다. 지난 번 6.13 지방선거에 후보까지 냈다.
그러면 서울 등 전국에서 태극기 집회를 여는 조직은 정당일까? 아니다. 일종의 태극기 시민단체다.
그렇다면 정당인 대한애국당과 시민단체인 태극기 집회 조직간 ‘통합’이 될 수 있단 말인가.
정치에서 통합이란 ‘정당’ 대 ‘정당’간 하나로 합치는 것이다. 지금은 아닐 수 있지만 머지 않아 자유한국당 위장 세력과 바른미래당 세력 간 통합 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통합의 논리가 적용된다. 지난 90년 민정당-민주당-공화당이 합친 것이 통합의 논리다. 대한애국당과 태극기 세력간의 통합의 논리는 애초부터 맞지 않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을 선택해야 할까. 아주 간단하다. 태극기 집회를 여는 조직원들이 애국당에 입당원서를 내고 가입하면 그만이다.
정당 가입 여부는 선택이다. 강요일 수 없다. 본인의 선택에 따라 정당에 가입하면 끝이다.
태극기 세력들이 자유한국당을 지지 하고 싶으면 거기에 가입하면 된다. 애국당도 싫고, 자한당도 싫으면 가입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굳이 통합론의 해법을 찾자면 이렇게 하면 된다. 가령, 3.1절, 8.15 집회 등 큰 이슈를 동반하는 행사가 있을 경우 대한애국당과 흩어진 태극기 세력들이 한 곳에 모여서 공동 집회를 열면 된다.
문제는 집회 진행 방식과 주도권, 자금 투입 등이다. 이 역시 간단하다. 대한애국당의 조직원이 1만명이면, 1억을 내고, 각각의 태극기 조직원들이 1천명, 5백명이면 1천만원, 5백만원 씩 내면 그만이다.
집회 주도권은 자금을 많이 내고 가장 인원수가 많이 참여하는 집단이 행사하면 된다.
집행 장소도 그렇다. 대한애국당 조직원들이 가장 많이 참여한다면 대한애국당이 하는 집회 장소로 오면 그만이다. 죽어도 그렇게 못한다면 기존처럼 집회를 하면 된다.
이 논리라면 대한애국당이 대한문, 혹은 동화면세점 등지로 와서 집회에 참석해야 한다는 논리가 아닌가.
아마도 일부 조직원들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우리가 대한애국당 집회 왜 참석해, 애국당 살찌워 줄 일 있어.”
또 대한애국당도 “우리가 대한문 집회로 왜 가. 저거가 우리 한테 와야 하지 않아.”
여기서 필요한 것은 대승적 합리성이다. 실은 소수의 집단이 다수가 있는 곳으로 가서 집회에 참석하는 게 적절하다.
이런 타협안도 나올 수 있을 것이다. 한번은 서울역, 그 다음은 대한문, 그 다음은 또 동화면세점. 장소를 번갈아 가면서 집회를 열 수 있다. 이런 문제는 얼마든지 공론화를 통한 협의가 가능하다.
촛불세력들이 집회를 열었던 광화문 광장 혹은 교보문고 앞 등 중립적 위치에서도 집회를 열수 있다. 각자 조직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깃발을 들고 나오면 된다.
가령, 민노총-전교조 등이 합동으로 집회를 개최할 경우 각각의 조직 깃발 아래 모이듯이 태극기 집회도 그렇게 하면 된다.
이것도 저것도 싫다면 서로 비방을 삼가하고, 닥치고 기존처럼 해온 방식대로 집회를 열면 된다.
또 다른 방법은 조직 구성론이다. 문재인 정권 퇴진을 위해 한 목소리를 내고자 한다면, ‘문재인 정권 퇴진을 위한 태극기 범국민연합’ 형식의 조직을 갖추면 된다. 이 조직의 장은 외부에서 데리고 오든지, 애국당과 태극기 세력간의 공동 대표 형식으로 가면 그만이다.
얼마나 간결하고 깔끔한 것인가. 그런데도 이렇게 되지 못하는 이유가 조직 내부의 문제도 있지만 각 구성원간의 집단 이기주의가 깊숙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이기적인 것도 큰 게 아니다. 아주 벤뎅이 소갈딱지다. 무조건 애국당이 싫고, 무조건 태극기 세력이 싫다는 것이다. 마치 대한민국의 태극기 정통세력은 오직 우리다는 우쭐함이다.
이제 태극기 집회는 과거의 추억에 벗어나야 한다. 대부분 태극기 세력들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을 떠올리면서 하나가 되기를 바란다.
“정 샘 당시는 모두가 하나가 되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니 안타깝습니다.”
당시에는 태극기 조직원들이 하나가 된 이유가 있었다. 하나의 슬로건 때문이었다.
그 슬로건이 “박근혜 탄핵 무효!”
그러나 이젠 그 하나의 슬로건이 갈라졌거나 시들해졌다. 각 조직이 요구하는 조건도 다양해 졌다. 또 자신이 지지하는 사람에 따라 헤쳐 모여식이 된다. 박근혜 탄핵으로 조성된 태극기 세력들의 지지와 이념 지형이 각각 다르게 분포되어 있다.
인간의 사상과 이념은 항상 좌냐 우냐로 갈라진다. 인간이 살면서 우파는 좌파와 공존할 수 없다. 정책적 협조는 가능하겠지만 사상의 통일을 이룬다는 것은 쉽지 않다.
좌와 우도 좀 더 깊이 들어가면 세상과 역사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그 이념 지도가 나뉘어진다. 좌파도 사회구성체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NL(민족 민주)과 PD(민중 민주)로 갈라진다.
우파는 이렇게 까지 이념적으로 나누어 지지는 않는다. 한국의 우파는 좌파들처럼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과 특징의 통일된 이론이 아직 덜 형성되어 있다.
우파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형성된 또다른 지형이다. 우파의 특징은 자유한국당 지지냐, 대한애국당 지지냐, 아니면 태극기 집회 조직 지지냐다.
인물에 대한 선호도도 있다. 자한당 김진태 의원 지지냐, 김문수냐, 전희경이냐, 최근 심재철 의원까지 부상 중이다. 또 대한애국당은 조원진으로 구분된다.
이렇듯 좌파는 세상과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을 사상에 따라 나누지만, 우파는 정당과 조직, 인물 선호도에 따라 분리되는 듯 하다.
그만큼 한국의 우파의 사상적 토양이 약하다. 이 토양이 약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넓은 의미에서 두가지로 해석된다. 하나는 사상과 이론을 불어 넣어 줄 핵심 이론이 형성되어 있지 않거나 이것이 공유화 되어 있지 않다.
가령, 지금의 문재인 정권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의 시각이다. 이 문재인 정권은 어떤식으로 자유 민주를 파괴시키고, 그들의 궁금적 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해 명확한 이론적 정립이 되어 있지 않다.
좌파들은 오래전부터 군부와 보수 정권을 미제국주의 하수인 정권이라 규정했다. 우파는 그런 규정이 없고, 그 이론도 제각각이다.
또 자유한국당이든, 대한애국당, 혹은 태극기 집회 참가자와 지지자의 연령이다. 대부분 60세 이상 고령이다. 이 고령화는 문재인 정권이 어떤 사상 이념을 토대로 형성된 것인지 관심을 덜 둔다.
오직 '예전의 대한민국은 안 이랬는데, 이런 문재인, 좌파 정권 하면서 분노와 열정'으로만 치닫는다.
흔히들, 나이 들면 지갑을 열고, 입은 닫아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정반대의 현상이다. 여기저기서 요구하고 불만을 표출한다. 나아가 고령층이 많다는 것은 젊은 층들이 외면하는 이유다.
현재 대한민국 우파의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무조건 통합론을 외치는 것은 옳지 않다. 이 통합론자들의 주장은 또다른 분탕일 수 있다.
가령, 이 통합 제안에 대해 애국당이 거부한다면 결국 애국당이 통합반대론자가 되는 것이다. 태극기 세력들이 애국당과 통합을 반대하면 태극기 세력이 반통합론이 되는 것이다.
장미는 아름답지만, 그 안에는 가시가 있듯, 통합론은 아름다운 이야기지만, 그 본질속에는 아주 얽히고 설킨 역학적 메카니즘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이제 부터 대한애국당과 태극기 조직간에는 통합론은 멀리 해야 한다. '단합론' 혹은 '연대론'을 내세워야 한다. 수학의 사칙연산 중 덧셈 뺄셈도 답을 못풀면서 왜 방정식으로 치닫는가. 우선 이것부터 푼 다음, 곱셉, 나눗셈을 풀면 된다. 제발 아무 생각없이 앞서가지 마라.
다음에는 태극기 세력들 그 입 클린이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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