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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BC 독설

이정현 '내시'와 '호위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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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개인 대변인 아냐

국가와 국민에게 충성하는 공직자여야

 

 

 

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한 언론인은 백악관 대변인에 대해 이렇게 썼다.

워싱턴에서 제일 흥미진진한 말싸움을 벌어지는 곳은 백악관 기자실이다.

백악관에서는 매일 정례 언론브리핑이 열린다.

뭔가 심각한 사건이 있을 때 브리핑 룸의 열기와 야성은 누구도 못따라간다.

어떻게 하든 정부가 밝히고 싶어하지 않는 사실을 캐내려고 달려드는 기자들과 무슨 수를 써서라도 기사가 될 만한 이야기는 노출하지 않고 싶은 대변인과의 머리싸움이 벌어진다. 백악관에서 대통령 다음으로 어려운 자리가 대변인이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 알 수 있다.

미국 언론계에서 제일 거칠고 똑똑하다는 백악관 출입기자들과 상대해야 하는 직업이니 오죽하랴.

대변인들은 매일 ‘굶주린 사자 떼’의 밥이 될 각오로 브리핑 장에 들어간다고 한다.

 

 

부시 전 대통령이 백악관 대변인 머리위로 책을 올려 비를 가려주고 있다. 출처=구글

 

대한민국 청와대 기자실로 옮겨와 보자.

11일 오전 청와대 기자실에서 벌어진 상황이다.

이정현 홍보수석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느닷없이 진중권 동양대 교수 이야기를 꺼냈다.

진 교수가 전날 자신을 내시에 비유했던 글이 화제가 되면서였다.

이 수석은 “오늘 아침 제가 낳은 아들 엉덩이를 한번 툭 치고 왔다”며 “저는 내시가 아니다”고 말했다.

기자실에서는 폭소가 터졌다.

진 교수 특유의 풍자를 이 수석이 농담으로 받아친 것이다.

그런데 이 수석은 이날 오후 다시 기자들과 만나 작심하고 ‘내시 발언’을 다시 반복했다.

청와대 춘추관 로비에 마련된 브리핑 석에서 정식으로 마이크를 잡은 이 수석은 “비판은 자유지만 허위사실을 가지고 인신 비방을 하면 나중에 그분들이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마음 아파할 것 같아서 해명한다”며 “첫째 저는 울먹인 적이 없다, 둘째 저는 내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역시 기자실에선 진지한 웃음이 빵 터졌다고 한다.

매일 그런 것은 아니지만 11일 하루만 놓고 볼때 백악관 기자실과 청와대 기자실에서 벌어지는  일이 이렇게 확연히 다르다.

백악관 대변인과, 청와대 홍보수석은 대통령과, 언론, 그리고 주위 사람들의 사고를 모아서 국민과 연결 통로가 되어 주는 '가교역할'을 하는 자리다.

백악관 대변인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게 아니다.

청와대 홍보수석도 마찬가지다.

백악관 대변인은 매일 오전 백악관 참모회의에서 정한 지침에 따라 대통령 정책 입장을 설명한다.

홍보수석 역시 똑같다.  

백악관 대변인 눈에 비친 언론은 대통령이 무엇을 하겠다고 하면 한다고 두들기고,

안하면 안한다고 문제삼는 사람들의 집단이었다.

그래서 백악관 대변인은 쉽게 흥분해서도 안된다.

웬만해서는 기자들이 쳐놓은 질문의 덫에 빠져서도 안된다.

좋은 뉴스는 하루짜리 단신으로 취급하는 반면

나쁜 뉴스는 몇날 며칠, 아니 몇주 동안 계속 보도하는 ‘이상한’ 기관이었다.

백악관 대변인실(사진 아래)은 그런 언론의 생리를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늘 언론과 긴장감이 흐른다.

 

 

아마도 청와대 기자실도 백악관 대변인실과 사정이 마찬가지일거다.

미국 역대 백악관 대변인들은 국가 정책 방향과 관련해서 말실수로 구설수에 오른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대통령을 향한 충성심으로 인해 입방아에 오른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 청와대 입 이정현 홍보 수석은 어떻는가.

이 수석은 박 대통령을 향한 충성심 때문에 연일 야당과 네티즌들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9일 이 수석이 “박정희 전 대통령처럼 비극적 결말을 맞을 수 있다”고 발언한 양승조 민주당 의원에 대해 “위해를 선동하는 테러”라고 규정한 것과 지난해 12월19일 “문재인 명의의 불법 선거운동 문자가 전국적으로 뿌려지고 있다.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면 무효 투쟁하겠다”고 한 발언이 알려지면서다.

그러자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10일 트위터를 통해 “아침에 뉴스 듣다 보니, 이정현 ‘심기 수석’께서 ‘테러, 암살’ 폭언을 하면서 감정이 격앙되어 울컥하셨다고. 옛날에 북한 응원단이 남한에 왔을 때 비에 젖은 지도자 동지 플래카드를 거두며 눈물을 흘리던 장면이 연상되더군요. 남북조선 유일체제”라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공화국의 홍보수석이 조선왕조의 내시처럼 구시면 곤란합니다. 하여튼 요즘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섬뜩섬뜩 해요”라며 이 수석을 ‘내시’에 비유했다.

이 글이 논란과 화제가 되자 이 홍보수석은 이날 오후 다시 기자들과 만나 진중권 동양대 교수 이야기를 꺼냈다.

굳이 이런 사람의 트위터 글까지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낼 필요가 있었을까.

오전 처럼 '허허' 웃으며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넘겼으면 안됐을까.

요즘 범죄학자인지, 정치학자인지 분간이 안가는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도 트위터에서 이 수석을 공격했다.

표 전 교수는 “청와대 이정현, 안전행정부 김 국장을 채동욱 전 총장 혼외자 개인정보 불법 유출 몸통으로 몰아가다 악의적인 조작 모함인 것이 들통 나자 ‘박근혜 부친 전철’ 발언을 과장 왜곡해 피해 가려 한다. 천하의 나쁜 ○○. 지 혼자 살려고 대통령 부녀 욕보이고 국론 분열한다”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들이 인터넷이든 트위터상에서든 부쩍 세진 것은 자신들이 독설을 날리면 센 놈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이들로부터 이런 독설을 들으면 이 수석은 속이 부글부글 끊을거다.

진 교수와 표 전 교수가 박 대통령을 향해 직접적인 비난을 안했을망정이지 만약

언급했었다면 이 수석이 어떻게 대응했을까 예상이 된다.

이 수석 입장에선 박 대통령을 향해 비난하는 자들을 내버려둘 수 없을 거다.

그는 청와대 입성 전에도 정치인 그 누구라도 박 대통령을 비난하면 바로 촌철살인 한마디를 날렸다.

그와 박 대통령 인연은 의리와 신뢰로 요약된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수석은 제 18대 국회에서 박근혜 당선인 몫으로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됐다.

당내 이 수석은 ‘친이계’와 ‘친박계’ 간의 계파대립이 가중될 때는 박 대통령의 ‘대변인격’으로 뛰었다.

공식 직함이 없던 박 대통령이 대변인을 둘 수는 없어, 옛 대변인이었던 그의 입을 통해 전달됐다.

“박심(朴心) 은 이정현에게 물어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이 수석은 역대 청와대 홍보수석 중  기자들과 가장 스킨십이 강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잘 대변해오고 있다.

그런데 박 대통령 관련한 비난만 나오면 거침없는 돌직구 말을 보탠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그가 대통령을 비난하면 그렇게까지 할 수밖에 없는 처지와 입장 모르는바가 아니다.

이 수석은 대한민국의 갈등을 관리하고 조정하고 홍보해야 할 '청와대 입'이다.

‘대통령의 복심’이라 불리는 그가 최근 내밭는 언어들이 살벌하다.

얼마든지 좋은 말, 고운 단어를 선택해서 상대의 혀를 찌를 수 있지만 그는 연일 ‘돌직구’만 던진다.

그는 아직도 '박근혜 대통령 개인 대변인'으로 착각하는 모양이다.

이 수석의 입은 개인의 입이 아니다.

청와대 홍보수석 자리는 대통령 개인에게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자리가 아니다.

국가와 국민에게 충성하는 공직이다.

상대를 포용 할 줄 아는 다양하고 유연한 사고를 갖고 있어야 한다. 

국민을 선동하는 듯한 발언은 대통령의 통치에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 한 것은 아니다. 

안그래도, 민주당·통진당 등이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막말을 쏟아내고 새누리당까지 가세하는 마당에 이제 청와대까지 막말 대열에 합류하겠단 말인가.

오죽하면 민주당 배재정 대변인이 “불필요한 정쟁 없애는 방법은 오버하는 이정현 홍보수석부터 내치는 것”이라며 “당장은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효자손’ 같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독손’”이라고 지적했겠는가.

 

 

 

이 수석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상대가 박 대통령을 비난한다고 해도 덩달아 같이 후끈 달아오르지 말았으면 한다.

이수석은 민주당이 자신을 향해 '울먹였다'는 주장하는 것에 대해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항변하지만 그의 얼굴만 봐도 좋고 나쁨이 묻어난다.

이수석은 포커페이스, 소위 돌부처가 됐으면 한다.

이런 비유가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최근 삼성에서 일본 한신으로 이적한 세이브 왕 오승환을 닮아라.

상대가 오승환을 두려워 하는 것은 그의 '포커페이스' 때문이다.

이 수석 얼굴만 봐도 그날 청와대가 흐림인지, 맑은 인지, 박 대통령의 심기가 어떻는지 짐작케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

그렇게 하지 않으려면 청와대 홍보수석 자리 박차고 나가서

예전처럼, '박근혜 대변인 격 호위무사 이정현'으로 다시 컴백 하면 된다.

아무쪼록, 하얀눈 처럼 깨끗한 그의 입과 포커페이스 이정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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