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언론, 기레기가 펼치는 세월호 참사 보도 그 실태
얼마 전이었다.
저녁에 한 언론사 출신 선배랑 한잔했다.
그 선배가 나에게 대뜸, “니 기레기가 뭔지 아냐”라고 물었다.
나는 ‘기러기 아빠’를 잘못 들어 “기러기 아빠요?”라고 반문했다.
그 선배 왈 “요즘 기자 쓰레기를 기레기'라 부른다"고 했다.
기레기! 누가 이런 합성어를 만들었는지 몰라도 이번 진도 세월호 사건 보도를 보면서 요즘에 딱 맞아 떨어지는 비속어다.
막장 언론과 기레기가 펼치는 세월호 참사보도, 이것은 저널리즘에 입각한 보도가 아닌, 마치 ‘유비어’(유언비언 날조 공장) 에서 나오는 쓰레기다.
나는 세월호 침몰을 다루는 언론 보도를 보면서 내가 기자였던 게 쪽팔렸다.
나도 좀 막 나가고 싶다. 그런 쓰레기 보도를 했던 기자놈이나, 막장 언론에게 한마디 꼭 하고 싶다.
Fuck you!
기레기만 해당되는 퍽유.
미쳐도 단단히 미치지 않고서야 이런 시궁창 냄새나는 쓰레기를 국민들에게 알권리라고 내놓을 수 없다.
이번 참사에서 쓰레기 기사를 일일이 다 열거할 수 없다. 다음은 인터넷 검색어에 오르내린 쓰레기 기사들이다.
‘전원 구조’. 이번 사건의 첫 쓰레기다. 물론 사고대책반을 꾸린 경기도교육청과 안산 단원고 측의 잘못된 발표 때문이지만, 언론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로인해 30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황이라는 보도를 보고 억장이 무너졌을것이다.
지난 16일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 직후 일부 통신사는 경기 안산단원고등학교 2학년 4반을 찾았다. 첫 사망자인 정모 군의 반이다. 이들은 책상 위에 정군이 쓰던 책과 노트 등을 올려놓고 사진을 찍었다. 부모가 봤다면 ‘가슴이 미어질’ 이 사진은 그대로 온라인상에 뿌려졌다.
손석희 앵커 사과
JTBC에서는 생존자를 ‘두 번 죽이는’ 일이 발생했다. 사고에 관한 뉴스특보를 전하던 박진규 앵커는 구조된 단원고 여학생과의 전화 인터뷰 중 “친구가 사망했다는 걸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학생은 충격을 받은 듯 “아니요, 못 들었어요”라는 말과 함께 울음을 터트렸고, 인터뷰는 중단됐다. 목숨을 구했다는 안도감은 ‘친구의 죽음’ 소식에 죄책감이 됐다.
SBS에서는 6세 여아에게 비수를 꽂았다. 엄마와 아빠, 오빠와 함께 단꿈을 꾸며 제주도로 이사를 가던 중 침몰 사고로 가족을 모두 잃은 후 병원 침대에 누워있는 6세 여아에게 기자는 마이크를 ‘들이대며’ 엄마, 아빠 이야기를 꺼냈다. 몸과 마음이 모두 만신창이가 돼있을 아이에게 재차 비수를 꽂은 셈이다. SBS는 눈물을 흘리는 아이의 모습을 영상으로 내보냈다.
지난 15일이 ‘타이타닉호’가 침몰한지 102주년. 언론의 ‘조회 수’를 책임질 ‘좋은 먹잇감’이 됐다. 언론들은 사고가 벌어진 후 애타게 생존자를 기다리는 실종자 가족들과는 무관하게 타이타닉과 현 사고의 접점을 상기시킬만한 기사들을 쏟아냈다.
17일에는 ‘세월호 구조작업 중 산소공급이 진행 중. ‘산소공급’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던 유가족들의 심장이 다시 한 번 내려앉았다. 세월호 침몰을 언급하며 재난영화를 소개했다.
조선일보의 온라인판인 조선닷컴은 ‘세월호 보험, 학생들은 동부화재 보험, 여객선은 메리츠 선박보험 가입’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MBC는 “세월호 보험, 그래도 다행”이라는 골빈 방송을 내보냈다. 한 기자는 “침몰 당시 배 안에 있던 학생들이 찍은 사진이 있느냐”고 물었다.
홍가혜 오보 사과는 MBN 보도국장
한 경제지는 SK텔레콤이 긴급 구호품을 제공하고 임시 기지국을 증설한다는 내용의 기사제목에 ‘잘생겼다, 잘생겼다’는 SK텔레콤의 로고송 일부를 붙였다.
막장 매체들은 희생자들을 애도하기 위해 예능과 음악 방송 프로그램들이 결방한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잘나가는 오빠’를 활용키도 했다.
‘음악방송, 여객선 참사로 결방될 듯. 엑소 못 보나.’ 등.
유가족의 죽음과 절망을 튀고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제목을 달아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의 가슴에 대못질하는 막장언론과 기레기들.
취재해서 ‘검색어 장사’로 클릭수를 올리는 행태, 이 기레기들의 보도가 국민적 공분이 일자, 해당 보도국장과 사장 앵커가 나서 고개 숙여 사과하는 이 기막힌 막장 저널리즘이 대한민국 언론의 현주소다.
뭐, “알 권리라고.” 지럴하고 자빠졌네.
이 기레기들을 어찌할꼬. 이제 네티즌들이 나서 이 기레기들을 청소해야 한다.
한 네티즌은 “쓰레기 기사를 양산하는 언론사에 항의 전화하면 입만 아프고, 댓글 달면 클릭수만 올려주니 광고주에 전화를 해서 항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막장언론과 기레기들의 준엄한 심판이 다가오는 듯 하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대한 생각은 안중에도 없는 ‘막장 언론’,
이번 사고 보도는 막장 언론과 기레기의 조화가 이뤄낸 극치가 아닐 수 없다.
러셀 크로우 주연 영화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한 장면
조회수를 위해서라면 사자(死者)를 향해서도 하이에나 근성을 못 버리는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이번 사고는 언론에게 중대한 결정을 내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기자(記者)’와 ‘(쓰레)기자’ 중 한 길을 택하라는 것이다.
언론은 결국 후자를 택했다.
유익하고 따뜻한, 때로는 냉철하고 이성적이었던 언론과 기자는 사라졌다.
여전히 인터넷에 기레기들이 판치고 있다.
이런 기레기 때문에 발로 뛰며 냉철하고 객관적 보도를 하는 기자들까지 매도급으로 넘어가고 있다.
발이 아닌, 자판을 통해 손가락으로 뛰는 기레기들이여 건투를 빌 따름이다.
다시 한번 Fuck you!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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