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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BC 독설

정미홍, 나는 6만원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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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발적 헌화, 촛불 들게 해서

 

 

나는 지난 4월 26일 오후 5시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안산올림픽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임시분향소’를 찾아 헌화했다. 작은 아들과 함께.

서울서 지하철을 타고 왕복 세 시간, 그리고 분향을 하기 위해 3시간을 기다렸다.

그리고 4일 저녁에는 큰 아들과 함께 서울 시청광장의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거기선 1시간을 기다린 후 분향을 했다.

나는 지난 24년 동안 사건 현장을 취재 해온 기자다. 속된 말로, 죄송한 이야기지만 분향소에서 장시단 기다리지 않고 헌화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만은 ‘기자’란 타이틀을 집어던지고 ‘아버지’란 이름으로 아들과 함께 기다리며 분향을 했었다.

아이를 데리고 잇따라 분향소를 찾은 것은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또래 친구들의 죽음을 애도해 주기 위함이었다.

나는 신문기자 생활을 하면서 늘 대형참사 현장에 있었다. 성수대교 붕괴, 대구지하철 참사, 삼풍백화점 붕괴, 씨랜드 화재 사건 등. 언론 1면을 장식한 사건의 현장에서 참사의 끔직함을 보도했었다.

 

 

 

그런데 역대 대형 참사 중 이번 세월호 참사만큼 가슴이 찢어지는 경험을 하지 못했다. 아이들 300 여명이 수장 되어 “엄마, 아빠를 부르다” 그렇게 죽어갔다.

배가 물속에 가라 앉으면서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그들의 모습을 상상만 해도 몸에 전율이 흐른다.

나는 한국에서 대형 사건이 발생하면 그 이유와 근거없는 악성 루머로 인해 유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아온 악플러들을 수없이 봐왔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정몽준 의원 아들은 철없다고 너그럽게 봐줄 만 했다. 그리고 지만원은 원래 말인지, 막걸린지 궤변을 늘어놓는 자이고, 인터넷 논객인지 자객인지 모르겠지만 변모 씨가 SNS로 날리는 글은 어이없어서 대꾸조차 하기 싫어 무시해왔다.

 

 

그런데 정미홍이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새누리당의 6·4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경선에 나섰다가 중도 탈락한 정미홍 정의실현국민연대 대표(이하 정미홍)말이다.

정미홍은 세월호 희생자 추모집회에 참가한 청소년들이 일당을 받고 동원됐다는 주장을 폈다. 정 대표는 4일 자신의 트위터에 “많은 청소년이 손에 하얀 국화꽃을 들고 서울역에서 시청 앞까지 행진하며 ‘정부가 살인마다, 대통령 사퇴하라’라고 외쳤다. 지인의 아이가 시위에 참가하고 6만원의 일당을 받아왔단다. 참 기가 막힌 일이다”라고 썼다.

그러면서 “어제 시위에 참가한 청소년들이 든 국화꽃, 일당으로 받았다는 돈은 다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대한민국 경찰은 이 문제를 수사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글을 놓고 온라인에서 논란이 일자, 정미홍은 6일 트위터를 통해 “어젯밤에 올린 트윗 글은 지인으로부터 들은 것이었지만 다시 한 번 구체적으로 확인한 결과 사실이 아니었다”라고 해명했다.

또 “국민의 큰 슬픔 속에서 이뤄지는 추모의 물결을 욕되게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올렸는데 추모 행렬에 참가하신 순수한 시민과 학생들에게까지 누를 끼쳐 대단히 죄송한 마음”이라고 사과했다.

확인되지 않은 말을 여론몰이하듯 공개해놓고 형세가 불리해지면 ‘아니면 말고’ 식으로 발뺌하는 몰지각한 행태의 전형이다.

나는 정밀홍의 글을 보면서 그의 프로필을 확인해봤다. 정미홍은 아나운서 출신이었다. 그것도 전 KBS 9시뉴스 앵커였다. 서울특별시 홍보담당관을 역임했다.

 

 

이 시대 그래도 명색이 아나운서 출신이라면 어떤 자리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하고,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구분할 줄 안다.

사람은 할 말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다. 나는 정미홍이 사회 지도층 인사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그의 글은 양아치 끼리 주고 받는 SNS보다 못했다.

청소년들이 일당을 받고 동원됐다는 황당무계한 비난을 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병들었는지 보여주는 섬뜩한 예다.

정미홍은 세월호 아픔을 함께 한 청소년들에게도 깊은 상처를 줬다.

나는 정씨에게 밝히고 싶다. 나는 아이들에게 돈을 주고 헌화를 시키지 않았다.

그리고 돈을 받고 촛불을 들게 하지 않았다.

정미홍은 준엄한 심판을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주디를 틀어서라도 죽은 아이들의 영혼을 달래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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