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거가 이벤트를 아는가

아시안게임 개, 폐회식을 영화로 착각

 

장진(왼쪽)과 임권택 감독  출처=뉴스엔

 

나는 인천아시안게임 개막식을 본 후 개막식 총연출을 했던 ‘거장’인가, ‘소장’인가 모르겠지만 임권택 총감독을 향해 혹독한 쓴소리를 했다. (9월 20일자 참조)

그런데 우리나라 나이로 79세 먹은 ‘늙은 임 감독’을 향해 괜히 쓴소리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배 임 감독’ 머리에서 뭐 더 큰 창조적 연출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하고 애써 자위했다.

한평생 영화계에서 먹고 산 임 감독 주요 인맥이라곤 장동건, 별에서 온 김수현 등과 성화 점화를 했던 이영애 등 한류 스타들이 주가 아니겠는가.

그런 임 감독이 연출했던 폐막식도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생각이 들어 보지 않았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였다. 어린이 합창단의 노래, 전통무용과 국악, 태권도 군무와 격파 시범, 한류 가수로 공연···

 

 

국가적 행사에서 늘 해왔던 식상한 레파토리. 이번 아시안게임 개·폐회식은 가장 기발하고 창조적이어서 한국의 문화와 미를 전 세계 과시한 대회가 될 것이라 했었는데, 이게 창조여, 기발함인지 입이 쩌억 벌어진다.

솔직히 폐회식은 초등학교 운동회를 많이 치러본 꼰대 교장을 그 자리에 앉혀도 그 정도 기발과 창조적인 개·폐회식은 연출한다. 인천아시안게임도 끝난 마당에 이런 이야기를 한 들, 무엇하랴.

그런데 궁금한 게 있다. 누가 임권택 감독을 인천아시안게임 개·폐회식 총연출을 맡겼는가. 조직위 김영수 위원장인가. 전임 인천시장 송영길 씨인가. 거장 영화감독 이어서 이벤트까지 잘 할 줄 알았는가. 영화감독은 영화감독 일뿐인데, '명성=전문가'인 줄 아는데 착각마라.

혹시 베이징 올림픽 개·폐회식을 성공적으로 치러 중국의 대외 이미지를 한층 더 끌어올렸던 장예모 감독<아래 사진>을 보면서 우리도 임 감독에게 연출을 맡기면 전 세계가 깜짝 놀라줄 알았는가.

 

 

이보슈, 임 감독과 장예모 감독은 달라도 한참 다르다. 장예모 감독은 솔직히 영화감독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그는 수천 명의 인원을 동원하여 영화도 찍었다. 수상 뮤지컬 등 대형이벤트에 다양한 경험이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장예모 감독 예하의 기술감독이나 연출감독은 영화관계자가 아니다. 이벤트연출가, 이벤트기술감독이다.

왜 장예모 감독은 자신의 예하에 이벤트 연출가 등을 앉혔을까. 영화와 이벤트는 완전히 다르다. 이벤트는 현장에서 감동을 전하는 미디어다. 따라서 현장의 감각과 노하우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필요하다. 특히 올림픽 등 대형 이벤트는 전 세계 인들이 TV를 통해 현장을 그대로 본다. 그러나 영화는 영상으로 미리 찍은 것을 편집한 후 어두운 극장에서 관객들이 보는 거다.

이런 영화 연출을 했었던 임 감독에게 더 이상의 이벤트를 기대한 것은 ‘凍足放尿(동족방뇨)’ 즉, 언 발에 오줌누기다. 난 어떤 연유에서 임 감독이 총연출을 맡게 되었는지 그를 추천했던 자의 변명이라도 듣고 싶은데 성화도 꺼진 마당에 들어본 들 무엇하랴.

이벤트와 영화를 구분 못하는 자가 조직위에 있었다는 것은 가짜와 엉터리, 비전문가가 전문가 행세를 하며 까부는 그것이 작금의 대한민국 조직 사회현실이기도 한데 무엇을 탓하겠는가.

 

 

인천아시안게임이 끝났으니 이번 개·폐회식을 반면교사 삼아 평창 동계올림픽은 제대로 함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인천아시안게임이 끝나자 말자 정부 관계자가 한마디 던졌는데 영 귀에 거슬린다.  뭐냐면,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개·폐회식을 외국인 예술감독이 맡을 수다는 것이다.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입에서 그런 소리가 나왔다. 김 차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인천아시안게임 개·폐회식에 대해 논란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평창동계올림픽 때는 좀더 예술적이고 완성도가 있는 개·폐회식을 위해 공모를 하는 방향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내는 물론 해외 아티스트들이 개·폐회식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모양이다.

외국인에게도 개방 못 할 이유가 없지만 역대 어느 나라 주요행사 개·폐회식은 자국의 미와 상징을 보여주었다. 집 안이 개판인데, 벽면에 이쁜 페인트 칠 했다고 그 집이 품격 있고, 아름다운가.

전 세계 유례를 볼 수 없는 독톡하고 골때리는 한국인을 잘 모르는데, 여기에 외국인 연출자를 앉히면 한국인의 정서와 역사 문화의 숨결이 묻어나는 예술적 개·폐회식이 나올 수 있다는 보는가.

나는 김 차관에게 묻고 싶다. “이벤트가 체육이냐?”

김 차관은 이벤트를 아는가. 모르면 그냥, 입 닫고 있는 게 낫다. 교수 하다가 차관 발탁되어 행정을 주무르는데 괜히 선무당이 사람 잡을 수 있으니, 섣불리 나서지 마라는 것이다.

더욱이 인천아시안게임 ‘먹물’도 마르지 않았다. 개·폐회식 장단점이 무엇인지, 아직 종합 보고서 조차도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이 문제와 관련, 협의와 토론 등도 거치지 않았다. 뭐가 급하다고 외국인 운운인지,

 

 

김 차관이 왜, 라는 당위성에선 외국인 연출자에게 문호를 개방하겠다는 것은 이해되지만, 아시안게임이 끝난 지 며칠 됐다고 그렇게 즉흥적으로 외국인 총연출 문호 개방 그 딴 소리를 하는가.

김 차관은 평창동계올림픽 성공을 위해 소위 이벤트 전문가라는 사람을 만나 어떻게 하면 멋드러진 개·폐회식을 할 것인가 한번이라도 조언을 들어봤는가.

김 차관은 그런 소리말고, 제발 평창동계올림픽은 이벤트 전문가에게 맡겨서 국가 이벤트 격을 좀 올려보자고 말하는 게 순서다. 이번 아시안게임 개, 폐회식 근본적인 문제가 뭐냐면 철학의 부재다. 이벤트에는 철학이 곁들여져야 한다. 88서울올림픽때 이어령 선생의 철학에 이벤트를 더했듯이, 결국 철학이 없는 이벤트는 죽은 이벤트라는 것이다.

그러니 김 차관은 함부러 말하지 마라. 김 차관은 스포츠산업 분야 전문가다. 스포츠 산업과 이벤트는 천지 차이다. 괜히 스포츠 산업 전문가이신 분이 차관이는 날개를 달았다고, 평창 동계올림픽 외국인 연출 운운, 귀에 아주 거슬린다. 그 전에 이벤트 철학의 향기를 맡아보길 바란다.

 

 

 

 

***이 선배! 열불 나서 글 안 적으려 했는데, 괜히 아침부터 톡 보네 글 적게 하네요. 7일자 민음기 서울대 음대 교수가 중앙일보에 적은 ‘한국예술의 민낯’ 잘 봤소다. 김 차관도 함 보세요.(http://joongang.joins.com/article/aid/2014/10/07/15608997.html?cloc=olink|article|defaul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