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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유

김종필과 손달영 옹 순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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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의 반려자를 먼저 떠나보낼때

아내 무덤을 물끄러니 쳐다보는 손달영 옹

나랑 절친한 선배가 있다. 한 잔의 술로 인생을 논하고, 두 잔의 술로 인생을 노래하는 낭만파 선배인 손상대다. 나와 함께 JBC 까방송을 진행하기도 한다.

해 손 선배 부친 연세가 우리나라 나이로 96세. 부친은 3·1 운동이 일어났던 1919년 태어나셨다고 한다. 지금도 정정하시다. 아마도 100세는 거뜬히 넘길거 같다는 게 손 선배 이야기다.

손 선배 모친은 2년 전 넘어져 다쳐셨는데, 병원을 가보니 암이 발견되었다. 이미 췌장암 말기셨다고 한다. 모친은 6개월 여 병마와 싸우시다가 향년 86세 나이로 눈을 감으셨다. 2년 전 일이다. 그때 모친의 연세가 김종필 전 국무총리 아내 박영옥 여사와 같은 86세였다.

김종필 전 총리가 살아생전 아내 박영옥 여사가 식사를 하자 대화를 나누고 았다,

김 전 총리가 아내와 작별한 뉴스를 보면서 손 선배 노부부 애틋한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김 전 총리는 아내와 65년 사셨지만 손 선배 부모님은 70년을 사셨다고 한다.

손 선배는 “모친이 병마와 싸울 때, 모친이 먼저 돌아가시면 아버지가 얼마나 외롭고 적적할까 염려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모친이 작고한 후부터 부친은 늘 슬픔에 잠겨 있다고 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 숱한 인생의 질곡을 넘겨사시면서 온갖 죽음을 봤을 것인데 모친 작고 앞에선 어쩔 줄을 몰라하시면서 벌벌 떠셨다고 했다.

부친이 우두커니 창가를 바라보면서 굵은 눈물을 떨어뜨릴 땐 가족 모두가 불효자가 되는 심경이었다고 했다. 어머님 임종 후 손 선배는 부친의 손을 잡고 장지로 향했다.

강원도 춘천의 한 공원 묘역. 그곳에 어머님을 눕혀드렸다. 저 산꼭대기에 어머님에게 거친 베옷을 입게 하시고 하관식을 할때 부친은 저 먼 상공을 바라보면서 어쩔 줄 몰라하셨다고 했다.

부친은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아서 머리는 하늘로 향하게 하신 후 아마도 “여보 잘 가게”라는 작별인사를 하셨을거다. 부친은 매주 토요일 모친 산소로 가신다.

손상대 부친 손달영 옹이 아내 묘지를 쓰다듬고 있다.

거센 갯벌 위로 우뚝 솟은 그 꼭대기 인적 없는 민둥산에 외로워 보이는 그 무덤 하나. 96세인 부친은 지금도 어머님이 차가운 바람에 추위로 떨까 윗옷을 무덤가에 올려두고 한참동안 하늘을 보면서 무언의 대화를 하신다고 한다.

손 선배는 아버지가 이런 말씀을 하셨다고 했다. “상대야! 장례 치르고 집에 가면 너 엄마가 방에 있을 거 같다. 너 엄마가 없다는 생각을 하니 목이 메어진다.” 부친은 매일 목이 메어 어머니를 부르고 계시지만 대답이 없으시다.

이번 김 전 총리의 애틋한 아내 별곡을 보면서 문득 손 선배 부친이 하셨던 말이 떠올려졌다. 김 전 총리도 “장례를 치른 후 집에 돌아왔을 때 늘 있던 아내가 없다고 생각하니 많이 슬프다“고 했다.

여든 아홉 노정객 김 전 총리는 아내 박영옥 여사를 먼저 보내면서 손수 비문에 글을 새겼다.

“수다한 물음에도 소이부답(笑而不答:웃음을 뛸 뿐 답하지 않음)하던자, 내조의 덕을 베풀어 준 영세반려(永世伴侶:끝없는 세상의 반려)와 함께 이곳에 누웠노라.”

김종필 전 총리의 눈물

김 전 총리는 21일 마지막 가는 부인의 옆을 지키며 숨을 거둘 때까지 두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임박한 이별을 예감한 구순의 남편은 아내의 오른손을 꼭 잡고 놓지 않았다.

임종의 순간 남편은 주머니에 넣어온 목걸이를 꺼내 아내 목에 걸었다. 64년 전 결혼식장에서 나눠 끼었던 금반지로 만든 이 목걸이를 걸어준 후 작별을 고했다.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 “여보, 머지 않아 나도 갈테니 외로워 말고 잘 쉬어요.”

그리고 남편은 65년간 반려자로서 살아온 아내에게 마지막 입을 맞추었다.

한국 현대정치사의 거목이자 낭만의 노정객 JP는 부인을 보내는 모습도 이렇게 가슴 저리게 낭만적이었다.

아마도 손 선배 부친도 JP처럼 아내를 그렇게 보내셨을거다. 그 이별 앞에서 94세 부친도, 당대의 김종필 전 총리도 눈물을 흘리며 주위를 숙연케 했다.

평생의 반려자를 먼저 떠나보내는 애절한 순애보. 그거 또한 남자의 인생이기도 하다.

박영옥 여사님 편히 눈감으소서. 고히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이번 설 손 선배와 부친, 아내까지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누워 계시지만 괜찮습니다.

 손 선배 모친께서도 편히 쉬세요.

#아래 글은 손 선배 부친 손달영 옹이 아내에게 띄우는 詩

당신 손을 놓아야 합니까

이제  당신 손을  놓아야  하는 것이요.

내 마음이 아직 당신을 보낼  준비조차 안됐는데...

얼마나  아프길래  6개월의 긴 시간을  두 눈 꼬옥 감은채  그 깊고 깊은  한숨만  몰아쉬는  것이요.

이제  당신 손을  놓아야만  되는 것이요.

60년 넘게  살아오면서  당신 바라 볼 여유조차 없었는데 ....

링거 줄을 타고 당신 몸속 깊숙히 파고드는  진통제가 똑~똑 소리를 내면 심장이  터질것만  같은데.

왜. 말이 없는  것이요.

이제 당신 손을  놓을까 합니다.

당신을  보내고  어찌  살까 생각하니 막막하다 못해  따라가고  싶은데...

평생을 받기만한  나를  죄인으로  만들어 놓고.  당신 먼저  그 길을  가려하니  손각락이  부셔져도  억겁의  사랑고리를 끊을 수가 없구려.

이제  당신의  손을 놓았습니다.

수천번을  마음으로  불러봐도  메아리 조차  없는  당신.

싸늘히 식은 손에선  슬픔의  온기만  가득 하고.  멈춰선  기계조차  눈물을  흘리구려.....

나 만나  얻은것은 고생이고  병치렌데. 그 죄  값기도 전에  나를  떠나려하니

90넘은  이 영감이  처음으로  불러 봅니다.

여보! 이승에서의  당신과 함께한  시간  너무도 행복했소이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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