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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BC 독설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 이제 놓아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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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포털 사이트 실시간 급상승에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이 떴다.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는 포털 사이트에 검색창으로 입력되는 검색어를 분석해 입력 횟수의 증가 비율이 가장 큰 검색어 순서대로 보여주는 서비스다이것은 이용자들의 관심의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현재 변호사인 김 전 지검장은 20148월 제주시 중앙로 인근의 한 음식점 앞에서 음란행위를 하다 현장을 지나던 여고생에게 목격돼 공연음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사직했다

김 전 지검장수창이 '실검'으로 뜨자 마자 나는 2년 전 발생한 공연음란을 연상했다. 나만이 그런 연상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미국 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는 자신의 저서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에서 어떤 사람에게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말하면 그 사람은 코끼리를 떠올릴 것이다고 밝혔다

나에게 김 전 지검장은 코끼리 즉, 공연 음란’을 했었던 사람으로 각인되어 있다. 그가 실검에 뜬 것이 다름 아닌 맡았던 사건 때문이다

지난해 9월 변호사 개업을 한 그는 성매매 변론을 맡았다. 어쩜 변호사가 가장 많이 수임하는 사건 중 하나가 성매매다. 다른 변호사가 수임했으면 그냥 넘어갔을 것이다. 

유독 김 전 지검장이 수임해서 가십성 기사로 다루어진 것은 그의 공연음란전력 때문일 게다. 최근 프로야구 선수 김상현도 공연음란을 하다가 적발되었다. 공연음란은 죄도 죄이지만 사실 수치심이 더하다. 가족들에게도 얼굴을 들지 못한다.

더구나 김 전 지검장은 제주지검장이었을 때 그런 행위로 입건되었고, 검찰을 떠나야만 했다. 그는 "수치심으로 죽고 싶다"는 심정을 밝히기도 했다. 

나는 포털의 실검을 보면서 언론이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성매매 사건 변론을 맡았다는 이유만으로 화제성 가십 기사로 다루는 게 과연 바람직 한 것일까

과거 종이 신문 시절 묻힐 이런 3류성 기사가 인터넷을 통해선 화제성 기사로 빛을 발한다. 인터넷은 인스턴터식 기사를 기계로 찍어 내듯 마구 양산하고 있다. 한 매체가 화제성 기사를 내보내면 이 매체, 저 매체가 물 불 안가리고 붕어빵 기사를 쏟아낸다

이런 현상은 인터넷 문화의 한 어두운 단면이기도 하지만 현편으로는 전형적인 프레임에 빠진 언론의 잔혹성이다. 프레임은 여러 의미가 있으나, 언론보도와 관련해 가장 많이 쓰이고 있다

어떤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 세상을 관조하는 사고방식, 세상에 대한 비유, 사람들에 대한 고정관념 등이 모두 여기에 속한다. 기자는 프레임에 자유로울 수 없다

미국의 미디어 연구자인 토드 기틀린은 프레임 개념을 원용하여 매스미디어의 보도가 프레임에 갇혀 있다고 말했다

감히 말하는데 언론은 김 전 지검장을 또다시 프레임에 갇히게 만들었다. 미디어가 어떤 사건과 현상을 프레임속에 가두어 버리면 결국 그것이 여론화되면서 때론 마녀사냥의 희생양을 만든다.


언론은 상대야 고통받든 상관없다. 흥미를 끈다고 판단되면 적고 싶은대로 적는다. 문제는 이런 것이 취재를 통해 나온 것이 아니다. 한 매체가 적으면 따라 적는다. 미담 기사라면 모를까, 이런 쏟아내는 기사는 무서운 광기다. 

인터넷 조회수가 많고, 기사의 공감이 많으면 그 또한 국민여론이란 미명하게 신명나는 굿판의 보도가 이어진다

보도의 적법성을 따지기 전에 이미 상대가 망가지든 말든 관심밖이다. 언론의 김 전 지검장 보도는 미디어가 한 인간을 프레임에 갇히게 하면 인간의 인권과 정신마저 말살시킨다는 교훈이다.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의 SNS 발달과 맞물려 인터넷 안에서 다양한 관계가 인간 말살을 더욱 노골화 시킨다.언론은 김 전 지검장을 얼마나 더 학살시켜야 더 프레임 보도에서 벗어날까.

이제는 언론이 김 전 지검장을 놓아줘야 한다. 그가 정말 대형 사고를 쳐서 세간의 입방에 올랐다면 모를까. 한때의 음란물 행위로 인해 그가 성매매 사건을 맡았던 거 까지 연관해서 가십성 화제 기사로 삼는다면 너무나 잔혹하다

우리는 정말 이런 잔혹한 시대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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