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반대' ,박근혜를 위한 반대 아냐…대한민국 헌법과 가치 무너뜨린 것에 대한 반대
내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자 언론계 선·후배, 동료들은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내가 그동안 박 대통령 정책과 국정 운영 능력을 아주 매몰차게 비난해 온 것에 견주어 볼 때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내가 지금까지 탄핵 찬성론자인 줄 아는 사람들은 지난 10일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 당하자 이런 톡과 문자를 보내왔다.
“정 기자님 파면 시키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오늘 기쁜날이니, 저녁 치맥 괜찮습니까?”
나는 이런 저런 문자에 답을 못해주고 있다. 내 성향과 스타일로 예견컨대, 이들은 내가 분명 탄핵에 찬성한 줄 알고 보냈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나는 탄핵 반대론자였다”고 밝혔을 때 그들이 받을 멋쩍은 충격 때문이다.
아마도 그들에게 “난 사실 박근혜 탄핵 반대론자 였다”고 밝혔을 경우 십중팔구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나는 지난해 12월 9일 국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표결을 처리하기 전까지만 해도 ‘반 박근혜’였다. 반 박근혜는 결국 하야와 탄핵을 주장하는 통상적인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11월 중순부터 매주 토요일 아이들과 함께 ‘박근혜 하야’ 광화문 촛불집회에 잇따라 참석했다.
그런데 국회가 박 대통령 탄핵을 의결시킨 후 부터는 오히려 '반대'로 돌아섰다.
이유는 간단하다. 탄핵 절차의 부당성은 둘째치고, 국회가 헌법을 파괴시키고 탄핵을 의결했기 때문이다.
세계 역사에 유례가 없는 이 졸속한 대통령 탄핵이 아무런 토의나 진지한 반대의사 발언도 없이, 정원 300명의 3분의 2를 훌쩍 넘는 압도적 다수의 의원들에 의하여 국회에서 단 하루 만에 통과되었다.
탄핵 소추 당시 제출된 증거와 선례만으로도 탄핵 결정이 날 수 있는 정도의 충분한 사전 준비 절차가 선행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국회는 아무런 증거조사 절차나 선례 수집 과정 없이 신문기사와 공소장, 판결문 심증만으로 탄핵을 의결 박 대통령 권한을 정지했다.
이는 증거재판을 요구하는 우리 헌법의 법치주의 적법절차 원리에 반하는 중대한 위헌이다.
내가 이같이 지적하자 사람들은 이렇게 반문했다.
“정 선생, 촛불 100만 민심이 탄핵을 바라지 않았습니까? 민심은 법위에 있습니다. 그러니 국회의 탄핵 의결은 정당한 겁니다.”
또 이렇게 묻는 사람도 있었다.
“만약 국회가 문재인을 탄핵해서도 당신은 그렇게 반대 했겠느냐?”
나의 대답은 똑같다. “역시 반대다.”
나는 어떤 탄핵, 누구를 대상으로 하는 탄핵이라도 법률적 가치와 절차를 무너뜨리고 의결된 탄핵은 결단코 반대한다고 주장해왔다.
나는 나의 블로그(1월6일자)를 통해 “정당하지 않게 탄핵이 이루어졌다면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자들은 당장 탄핵 불복에 돌입할 것이다. 차기 대선 정국에서 ‘시한폭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또 "만약 차기 대선에서 야권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탄핵 반대 측에선 그를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탄핵 절차와 방식이 정당했다면 야권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던 간에 이념적 대립과 갈등은 줄어들 것이다. 대한민국은 남북한이 이미 갈라진 데 이어, 대한민국내에서도 또다시 두 개로 갈라진다. 그야말로 이념과 대립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나의 예상은 지금 그대로 딱 들어맞았다. 현재 탄핵 승복을 둘러싸고 논란이 거세다.
나는 이런 상황을 우려했기에 탄핵의 정당한 절차와 방식을 강조해왔다.
그런데 야당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야당 단독으로 특별검사법을 통과시켰다. 그 특검 조직원들의 수준, 인권 유린 논란, 수사 수법과 기법은 둘째치더라도 특검수사가 최순실 국정의혹 수사가 아닌 다른 데 초점을 맞추면서 무소불위를 보였다.
나는 이런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국회 탄핵 소추 의결과 특검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그런데 내가 이런 문제점에 대해 지적을 거듭 할수록 졸지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론자로 굳어졌다. 나의 탄핵 반대 주장은 국회가 처리한 탄핵 의결이 대한민국 법과 헌법 질서에 반하는 것이어서 반대한 것이지 박 대통령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나는 탄핵의 부당한 진실을 알리고 싶었지, 박 대통령의 진실은 법이 판단해주길 바랐다. 그런데 헌법재판소 마저 그 법을 무너뜨렸다.
예컨대, ▲헌법 제84조에 의하면 내우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면 재임 중 형사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재 재판관 8인이 탄핵 결정을 내린 것도 위헌이라는 주장 ▲최순실에 대한 판단이 내려지지 않았는데도 내린 탄핵 ▲탄핵 소추 사유와 박 대통령의 헌법 위반 입증을 위한 변론 등 방어권 제한 ▲고영태 일당의 거짓 진술, 증언 ▲박 대통령의 범죄가 아니라 최순실의 부정, 비리에 연루되어 유죄가 된 점. ▲최순실의 국정 개입 허용 인정 ▲대통령의 권한 남용 및 대통령의 헌법 수호 의지 결여 인정 등.
결국 최순실의 국정 개입 허용과 대통령 권한 남용 문제는 박영수 특검의 공소장에서 거론된 ‘혐의’에 불과하다. 다시 강조하면, 대한민국 헌법 84조에 의하면 대통령은 내우외한의 죄를 범하지 않고선 형사 소추가 안된다. 이것이 판결의 대명제이고, 공정한 판결을 위한 인식의 출발선이다.
그런데도 입을 닫고, 눈을 감아야만 하는가? 다수가 탄핵을 찬성했다. 평소 박 대통령 국정 무능을 그토록 비난해온 나였기에 나도 탄핵 찬성 쪽에 서는 게 당연했을 것이다.
속된말로, 박 대통령 탄핵을 반대했다고 해서 나에게 '떡'이 나온 것도 아니다. 박 대통령과 나와는 전혀 무관하다.
이런 저런 눈치와 비난을 감수하고 심지어 '이상한 사람'이란 소리까지 들으면서까지 탄핵을 반대했다. 이유는 단 한가지다. 법치가 무너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15일 검찰은 박근혜 대통령을 소환조사한다고 발표했다. 박 대통령은 21일 오전 9시 30분 검찰에 출두해야 한다.
앞서 박 대통령은 특검 소환과 헌재도 불출석했다. 그 이유는 수사의 부당함과 재판 절차의 문제점 때문이었다.
그러곤 “누군가 기획설”을 이야기 했고, 또 지난 12일 삼성동 사저에 도착한 후 민경욱 의원을 통해 “진실”운운했다. 국민들은 박 대통령이 말한 기획설과 진실은 무엇인지 궁금해 하고 있다.
이제 박 대통령은 검찰 수사를 받게 되었다. 이 쯤 되면 또 나에게 이런 질문을 던질 것이다. “검찰 수사도 부당하다면 지적할 것인가?”
나의 대답은 똑같다. 만약 검찰이 잘못된 수사를 할 경우 대한민국 법치가 무너지는 것에 대한 지적과 항변을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검찰이 박 대통령을 소환 조사 전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고영태 일당을 잡아들여 조사해야 한다.
검찰이 고영태의 측근인 김수현으로부터 지난해 이미 확보했다는 2000여개의 녹음파일에는 최씨를 이용해 한탕 하려던 고 씨와 그 일당의 대화내용이 들어있다. 최씨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한 고씨가 벌이려던 사기 미수사건이 이번 사건의 본질이라는 주장까지도 나온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는 문재인이 대통령 되어 이런 탄핵을 당했어도,
또 안희정이가 그렇게 탄핵을 당했어도 나는 그렇게 행동했고, 항변 했을 것이다.
“국회의 탄핵 절차와 소추안은 엉터리”
“특검 임명과 수사는 엉터리”
“헌재의 대통령 파면은 헌법을 무너뜨린 8인의 역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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