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전 총리가 15일 자유한국당에 공식 입당했다. 황 전 총리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입당식에서 "나라 상황이 총체적 난국"이라며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이어 "한국당이 국민에게 더 많은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모든 힘을 보태겠다"라고 밝혔다.
이날 황 전 총리는 전당 대회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또 우파 태극기 시민들의 관심을 모았던 박근혜 대통령 석방 문제와 탄핵 세력들과 관계 등에 대한 질문은 '통합'이라는 단어로 대신하면서 미꾸라지처럼 빠져 나갔다.
다음은 황 전 총리가 기자회견 중 밝힌 박근혜 대통령 구속과 탄핵 석방 관련, 답변이다.
-국정농단 저지르다 구속된 박근혜 정부에서 국무총리하면서 공범이라는 주장이 있다. 대국민 사과 한마디 없이 정치하는 게 맞냐는 비판도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을 말해 달라.
▲지난정부 마지막 총리를 지낸 사람으로서 국가적 실정으로 국민심려를 갖게 한데 대해 참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이점에 관해서는 여러 번 말씀드렸다. 다만 그것으로 인해 함께 일했던 모든 일들과 또 공무원들이 함께 적폐라는 이름으로 무너져버리게 몰아가는 것은 결코 동의할 수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 면회를 신청했다가 거절당했다는 말이 있는데 신청한 게 사실인지, 사실이라면 왜 거절당했다고 생각하시는지에 대해.
▲신청이나 거절이라는 단어 자체가 적절치 않은 것 같다. 많이 어려움이 있으시기 때문에 저는 그런 것들을 걱정하고 있다. 수감돼 계시기 때문에 여러 불편함이 있겠지만 저도 걱정하고 있다는 점까지만 말씀드리겠다. 할 수 있는 일들을 적절하게 해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가.
▲지금 자유우파에 주력하고 힘쓰는 한국당에 꼭 필요한건 국민 통합이다. 한마음 한뜻으로 통합해서 할 일들을 감당해 나가야 한다. 가장 절실한게 통합이기 때문에 그런 관점에서 저도 한국당에 들어가게 되면 한국당이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고 국민 통합을 앞장서서 이끌어갈 수 있도록 거기에 최선을 다하겠다.
-한국당원들 사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요구에 대한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대한 입장은.
▲사면은 형사법적 절차이기도 하지만 정치적 측면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국민이 통합하고 화합하고 하나 되는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
-입당하면 전당대회 출마할거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당내 경쟁자들이 ‘박근혜 시즌2’가 된다고 말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거듭 말씀드리지만 계파를 떠난 바른 정치에 함께하기 위해서 입당하게 됐다. 그래서 어떤 계파와 관련된 말씀을 하거나 그럴 입장에 제가 설 수 없고 서지도 않겠다.
이날 황 전 총리 기자회견 키워드는 ‘통합-단합-화합’이었다. 박 대통령 탄핵이 잘못된 지적과 사면 요구 질문에서 ‘통합’으로 대신 답했다. 황 전 총리는 이날 통합이란 말을 10여 차례 내뱉었다. 다소 동문서답 일 수 있지만 이 통합에는 황 전 총리의 숨은 야망이 숨겨져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황 전 총리가 기자회견을 통해 워낙 통합을 강조하자 ‘마치 보수 우파 통합을 시키기 위해 자한당에 입당했는가’ 라는 우스갯 소리까지 나왔다.
도대체 황 전 총리는 왜 그토록 통합을 강조했을까. 또 그가 염두에 두는 통합의 범위가 어디까지 일까.
그의 통합 범위는 자한당 포함 범 보수 우파다.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대한애국당까지 참여하는 대통합을 염두에 두는 듯 하다.
그는 “이제 한국당 안에는 계파가 없어야 한다고 말했고 그런 실행들을 해나가고 있는 것으로 안다. 문재인 정부와 맞서 싸우는 강력한 야당이 되는 것이 첫 과제다. 그것 하기도 바쁜데 계파 싸움 할 시간이 없다. 또 그렇게 바뀌어 가고 있다”고 밝혔다.
또 "통합의 정신으로 갈등을 해소하고 누구나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있는 희망찬 대한민국을 만들어나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의 이 같은 언급은 통합의 범위를 범 보수 우파로 확장 시키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지금 보수 우파 현실에서 황 전 총리가 밝힌 화합과 통합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황 전 총리의 통합은 마치 탄핵 배신자들까지 포함시켜야 한다는 역설처럼 들린다. 이것은 이들에게 탄핵 면죄부를 주어야 한다는 의도와 정당성의 역설이다.
이는 역으로 박 대통령 탄핵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황 전 총리 자신에 대한 면죄부 일 수 있다.
당장 김무성은 이날 입당한 황 전 총리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에 책임이 있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황교안이 왜 탄핵 (사태) 책임자냐"며 "모든 게 박근혜 전 대통령 책임이다. 다른 분들로 책임을 넓히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혔다.
김무성의 이날 발언은 이를 테면 “내가 황교안에게 탄핵 면죄부를 주었으니, 황교안도 나에게 면죄부를 주어야 한다”는 맞교환적 성격이다.
황 전 총리가 통합을 강조한 것은 결국은 ‘반문연대’ 연장선상일 가능성이 높다. 탄핵 세력들이 반문 연대에 집착하는 것은 반문연대가 형성되면 탄핵 책임론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동안 김무성은 “친박계나 비박계가 따로 모이는 차원을 넘는 모임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만들어가고 있다”며 친박·비박계뿐 아니라 바른미래당 인사 등을 아우르는 ‘우파 빅텐트’를 구상 중임을 시사했다.
여기에 친박계 핵심인 윤상현 의원도 “‘반문연대’를 기치로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추구하는 빅텐트 구상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내부 의견을 조율 중”이라 밝혔고,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은 “반문연대의 깃발을 들고 국민을 통합해 새로운 시대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극기 세력들도 ‘반문연대’에 공감하고 있다. ‘반문연대’로 결집해서 문재인 정권을 퇴진 시켜야 한다는 데 목소리에 힘을 더해주고 있다.
태극기 집회를 주도해온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가 통합론에 앞장서고 있다. 이것은 ‘반문연대’와도 맞닿아 있다. 여기에 김문수 전 경기지사, 조갑제 대표(조갑제닷컴), 정규재 대표(정규재TV)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고 주장한 고영주 변호사까지 포함되어 있다.
사기 탄핵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되고,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는 바람에 대한민국이 풍전등화 위기에 놓여 있다. 반역 정권은 퇴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탄핵 세력이든 아니든 전부 뭉쳐야 한다는 이론이다.
이 과정에서 전 목사는 김무성에게 탄핵 책임론을 벗겨주었다. 지난 12월30일 자신의 교회로 김무성을 초대한 자리에서 했다.
이날 전 목사는 김무성과의 대담에서 "오늘날 좌파 정부가 들어선 것은 김무성 의원이 주도해서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것은 거짓말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런 일련의 정치 흐름은 누군가 의도를 했든, 아니든, 그 의도자가 생각한대로 흘러가는 듯 하다.
정리하면 ‘반문연대 깃발->보수대통합->김무성 등 탄핵 면죄부->황교안 통합론’
앞으로 황 전 총리의 통합론은 반문연대를 형성시키고, 보수우파 대통합을 위해선 김무성 등 탄핵 세력들에 대한 면죄부를 주어야 한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더할 가능성이 높다.
정치는 진실과 정의의 싸움이 아니다. 정치는 대세와 수의 싸움이다. 정치 지형은 황교안의 통합론이 반문연대 쪽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대한애국당 일부 당원과 태극기 일부 시민 단체까지 이 대세의 흐름에 공감 전선을 형성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같은 통합론에 대한애국당이 참여하지 않을 경우 여론의 공작적 역풍도 우려된다. 대한애국당이 통합론에 빠진다는 것은 역으로 대한애국당이 범 보수 우파 통합의 분열 세력이라는 역공이다.
이것은 지난 대선 때 태극기를 든 홍준표 지지자들이 조원진 대표를 지지한 세력들에게 보수 우파 분열의 제공자라고 공격한 이치와 같다.
아직은 섣부른 판단이지만 대한애국당이 황 전 총리가 강조한 통합론과 반문연대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애국당이 반문재인 걸림돌 세력이라는 프레임을 뒤집어 씌울 가능성도 높다.
왜냐하면, 기존 보수 언론과 태극기 시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우파 유튜브들은 사실상 대부분 황 전 총리의 통합론과 이미 반문연대에 힘을 실어주었다.
나아가 대한애국당 분산 해체와도 맞닿아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자한당 입장에서 대한애국당만 분산 해체되면 그 지지 세력들을 흡수해서 자한당 통합 깃발로 모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물론, 여기에는 변수가 있다. 향후 박근혜 대통령 석방과 문재인 정권의 공작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황교안의 통합론은 이런 복합적이고 정치공학적 함정이 내포되어 있다. 황 전 총리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통합을 강조한 것은 그만큼 그가 그의 별칭처럼, 교활하고, 기회주의적이고, 온실속 화초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대한애국당은 황 전 총리의 통합론과 분명 거리를 둘 것이다. 대한애국당 당원들이 가시밭길을 선택한 것은 이같은 배신의 정치와 맞서 싸우고, 다시는 대한민국을 이런 기회주의 세력과 기득권, 탐욕주의자들에게 맡기지 않고 바로 세우겠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대한애국당은 ‘반문연대’를 배신자 연대로 규정했다. 조원진 애국당 대표는 "반문연대는 자유시장 경제를 배신한 연대이며 대한민국 보수 국민들을 배신한 연대로 아직도 이자들은 스스로 보수라고 얘기하며 국민들을 아직도 속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문연대와 함께 갈수 없다는 애국당의 입장은 아주 단호하다.
조 대표 말처럼, 반문연대가 가짜연대고 불의의 연대고, 배신자 연대, 탄핵파들을 사면하기 위한 연대라는 것.
결국 이것을 확대 해석하면 황교안의 통합론 역시 마찬가지라는 해석이다.
“가시 밭길로 가자 고통의 칼날에 서자 동지들이여 두려워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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