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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BC시선

이인규 전 중수부장의 논두렁 시계 계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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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규 전 부장 왜 하필 논두렁에 버린 시계인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인규 전 중수부장

자고로 수컷세계서 힘 좀 센 수컷이 억울하게 밀려나면 가슴에 늘 한(恨)을 품고 산다. 그것은 밀려난 것도 억울하지만, 사실은 자신의 명예가 짓밟혀서 언젠가는 복수의 칼날을 갈고 살아가는 한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를 지휘했던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57·법무법인 ‘바른’ 변호사)이 “2009년 노 전 대통령 수사 내용 일부를 과장해 언론에 흘린 건 국가정보원”이라고 밝혔다는 24일 언론 보도가 적지 않게 파장을 일으킬 조짐이다.

#왜 하필 지금

나는 이 전 부장 인터뷰 기사를 본 후 이 전 부장이 왜 하필 지금 이 같은 내용을 갖고 인터뷰를 했을까 의문이 들었다. 그것도 박근혜 정권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오는 진보성향 매체와 만나서 인터뷰를 했으니 말이다.

그 저의가 무엇인지 나름대로 생각하다가 아마도 힘꽤나 썼던 수컷이 밀려 나면 때를 봐서 공격한다는 무게에 시선을 뒀다. 그가 인터뷰한 내용을 보니 수사를 총괄했던 자신의 과도한 수사로 인해 노 전 대통령이 자살하지 않았고, 이를 알린 후 명예회복을 하겠다는 꼼수가 묻어 있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 검찰의 망신주기식 수사와 이에 따른 보도가 노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연결됐다는 ‘책임론’이 자신에게 집중돼 괴로웠다고 밝혔다. 그는 “그 사건을 맡은 것 자체가 내겐 불행이었다. 이후 내 진로도 틀어지고 가족들도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이 전 부장은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뒤 사표를 냈다.

나는 그의 인터뷰를 보면서 비난하거나 씹지는 않겠다. 하지만 그래도 명색이 국가 최고 권력기관에서 칼잡이 수장을 역임했던 자가 퇴임 후 이런 인터뷰를 한 행위가 몹시 씁쓰레 하다.

#내겐 불행

그도 인간이기에 당시의 상황에 대해 잘잘못을 알릴 수 있겠지만 그 행위만은 신사답지 못하다. 나는 그가 “그 사건을 맡은 것 자체가 내겐 불행이었다”는 표현이 무척 거슬린다.

혹자들은 그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랬을까 동정심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그가 누구냐. 검사다. 대검찰청중앙수사부장을 역임했다. 자고로 검사가 수사를 하는 데 불행하고, 행복한 게 어디 있느냐. 검사는 자신에게 부여된 수사권을 갖고 대통령이든 일반인이든 성역 없이 수사만 하면 된다.

그런데 그는 그 자체 수사가 자신에게 불행하다고 표현했다. 그럼 그는 부장검사 시절 SK최태원 회장을 구속시켰는데, 이렇듯 그는 자신이 맡고 싶어하는 ‘맞춤형 수사’만 하고 싶었던 말인가?

박연차 회장이 회갑선물로 준 '피아제' 시계

#논두렁 버린 1억원 시계

말 나온 김에 좀 더 들어가보자. 아마도 인터뷰서 가장 논란이 된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받은 명품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언론보도 등은 국정원 주도로 이뤄진 것”이라고 밝힌 부분이다.

요지는 노 전 대통령은 박 전 회장으로부터 회갑선물(시계)을 포함한 금품을 받은 혐의로 2009년 대검 중수부에서 조사를 받았다. 다음달 언론들은 ‘권 여사가 선물로 받은 1억원 짜리 명품시계 두 개를 논두렁에 버렸다고 노 전 대통령이 검찰에서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보도 이후 열흘 만에 노 전 대통령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권 여사가 명품 1억원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것은 국정원 언론플레이라고 밝힌 대목을 보니 그가 아주 본말을 전도시키려고 작정을 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본원부터 따져보자. 그래 노 전 대통령이 1억원 짜리 시계를 선물 받은 게 잘못인가. 그로 인한 파문이 일자 그것을 권 여사가 논두렁인지, 밭두렁이지, 동네 쓰레기통인지 모르겠지만 버린 게 잘못인가.

나는 서민 대통령이라 자처한 노 전 대통령이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1억원 짜리 시계를 선물받은 후 아내에게 줬다는 거 자체가 더 큰 문제로 본다. 박 회장은 누구인가. 노무현 정권 내내 커넥션과 논란을 일으켰던 장본인이다.

 

1억원 짜리 시계를 받았다는 것은 아주 대단한 통큰 선물을 받은거다. 나는 이 전 부장이 ‘논두렁에 버렸다’는 것을 국정원 언론플레이로 몰고가는 것은 사건 본말을 전도시켜도 아주 전도시킨거라 본다.

다시 말하지만 이 사건의 핵심은 그 명품 시계를 버린 것에 있는 것이 아니다. 박연차로부터 받았다는 데 있다.

이 전 부장대로 논두렁은 국정원 언론플레이라고 치자. 그렇다면 당시 수사를 총책임졌던 이 전 부장은 권 여사가 이 시계를 어디로 버렸는지 알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가 그것을 모르지 않고서야 “논두렁에 버린것은 국정원 언론플레이로 몰아부칠 수 있는가” 나는 이 전 부장에게 묻고 싶다. “이 전 부장께선 노 전 대통령이 기거했던 봉하마을을 갔다온 적 있었는가?”

나는 봉하마을을 여섯차례 갔다왔다. 지금은 관광객이 많이 와서 봉하마을이 바뀌었지만 이 사건이 진행될 당시만 해도 노 전 대통령이 살았던 봉하마을 주변은 논두렁 밭두렁 동네다.

 

 나는 권 여사가 봉하마을<사진 위> 인근에 그것을 버렸다면 추측컨대, 논두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렇지 않고 다른데 버렸다면 쓰레기통 혹은 봉하마을 동네 도로가 아닌가 추정된다. 아님 1억 명품시계를 버리지 않았는데 당시 수사와 언론의 예봉을 피하기 위해 권여사가 “버렸다”고 얼버무렸는가.

이쯤 되면 이 전 부장이, 아님 권여사가 밝히면 논두렁인지, 밭두렁인지, 쓰레기통인지, 개집인지 밝혀지지 않을까.

다시 강조하지만 이 사건은 버린 장소가 중요한 게 아니다. 노 전 대통령이 박회장으로부터 명품시계를 받은 게 이 사건의 본질이 있다. 이 전 부장이야 진실을 알린 다는 차원에서 인터뷰했을 지 모르지만 과거 그가 했던 인터뷰를 살펴보니 ‘모’ 아니면 ‘도’식이었다.

#언론플레이

그리고  그는 “검찰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 내용으로 ‘언론플레이’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을 둘러싼 언론보도가 자신과 무관한 것이고, 그것은 국정원이 주도했다는 것이다.

이거야말로 많은 사람들은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당시 민주당 등 야당은 이 전 부장을 향해 “이 전 부장이 수사기획관의 공식 브리핑을 통해 아침 저녁으로 피의사실을 공표하고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언론에 흘려 노 대통령을 여론재판에 세웠던 사람이 아직도 공명심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인간적 비애를 느낀다”고 말했다.

#박연차 변론 로펌행

그는 중수부장 퇴임 후 2010년 10월 노 전 대통령 수사를 둘러싸고 청문회 논란이 일자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를 했다. 그는 당시 민주당 박 원내대표와 우윤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거론하며 “‘박연차 게이트’ 수사 당시, 박 전 회장으로부터 이들에게 돈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사실이 보도되자 두 사람은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는 강한 반발을 보였다. 그러나 아직도 사실 여부가 밝혀지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인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자신의 회고록 <운명>을 통해 “이 전 부장이 대단히 건방졌다. 말투는 공손했지만 태도엔 오만함과 거만함이 가득 묻어 있었다”고 밝혔다.

이 전 부장은 그 내용이 거슬렸는지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 그를 판단하는 기준이 다르겠지만 중수부장 시절 그는 하늘 높은 줄 몰랐던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오죽하면 당시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이 전 부장이 전직 대통령에게 감당할 수 없는 수모와 모욕을 주고도 ‘예의를 갖췄다’는 망언을 했다”며 “역사에 죄를 지은 사람이 공직을 떠난 지금에도 마치 큰일이나 한 것처럼 수사비화를 들먹이면서 고인을 또 한 번 욕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그가 퇴임 후 직행했던 로펌이 법무법인 ‘바른’이다. 당시 법무법인 바른은 그가 중수부장 재임시 박연차 게이트 사건 변론을 맡았던 곳이다.

요즘 여장부가 두각을 나타내자 속칭 남자들을 향해 ‘쫄장부’라는 표현을 많이 한다. 설마 이 전 부장은 쫄장부가 아니겠지···

점심은 내가 자주 가는 논두렁 식당에서 처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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