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아주 쿨한 뉴스를 접했다. 그것도 좌파법조로 물들어 가는 서울중앙지법발 뉴스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김경진 판사는 문재인 씨를 ‘공산주의자’라고 지칭하는 등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영주(69)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1심에서 무죄를 선고 했다.
고 전 이사장은 18대 대선 직후인 지난 2013년 1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애국시민사회진영 신년하례회'에서 "나는 1982년 부산지검 공안부 검사로 있을 때 부림사건을 수사했다"며 "부림사건은 민주화 운동이 아닌 공산주의 운동이었고, 그 사건 변호사였던 문재인 후보가 공산주의자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 판결은 대한민국 자유주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계기가 될 뿐 아니라, 무엇보다 문재인씨의 실체를 드러냈다. 그러나 문재인씨가 진짜 공산주의자인가에 대해선 의구심이 있다. 23일 이 판결은 문 씨를 공산주의자로 지칭한 고 전 이사장이 명예를 훼손했는가? 안했는가?에 대한 판단이다.
법원은 고 전 이사장의 발언이 허위사실인지 판단할 수 없다고 했다. 김 판사는 "자유민주주의에 수많은 개념이 포섭되듯이 우리 사회에 일의(一義)적인 공산주의 개념이 존재하는지 의문"이라며 "한국전쟁을 겪은 세대와 이후 세대가 생각하는 공산주의 개념이 다르듯이 고 전 이사장이 표현한 공산주의의 개념도 다르고, 따라서 공산주의자란 표현이 허위사실인지를 판단할 수 없다"고 했다.
김 판사는 또 "한정된 자료로 판단하는 형사 법정에서 개별 정치인의 정치이념과 사상을 결정짓는 것은 그 능력과 권한을 넘어선다고 보인다"고 했다.
김 판사의 판결문대로, 형사법정에서 정치이념과 사상을 결정지을 수는 없다. 다만, 이번 판결은 고로, “문재인은 공산주의자가 맞다”는 쪽이다. 혹시나 했었는데, 역시나 문재인은 공산주의가 맞네라는 확신을 심어준 것이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한편으론 문재인을 이론과 사상적으로 격상시키지 않았나라는 역설이다. 판결 자체는 ‘쿨’ 했지만, 과연 문재인은 공산주의가 맞을까. 이론과 사상만을 놓고 볼때 '글쎄'다.
문재인 사상의 본질을 까보지 않았지만, 그동안 드러난 그의 사상 이념 검증만으로, 과연 그가 공산주의자인가 라는 회의론이 든다. 이것은 그를 옹호하거나 판결에 대한 반박이 아니다. 최소한 공산주의 이론을 연구했거나, 마르크스-레닌주의 철학에 대해 접근해본 사람이라면 공통적으로 그렇게 느낄 것이다.
우파들은 공산주의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 수 있겠지만 사실, ‘공산주의’는 인간에게 있어서 유토피아 사상이다. 공산주의자가 무엇인가. 공산주의는 사유재산제도의 부정과 공유재산제도의 실현으로 빈부의 차를 없애려는 사상이다.
1840년대 이후 서유럽에서 마르크스와 엥겔스에 의하여 창시된 마르크스주의. 레닌이 20세기 초 러시아의 특수한 조건하에서 발전시킨 사상 및 이론의 체계와 실천운동이다.
공산주의는 라틴어인 communis에서 유래하며 공동이나 공유를 의미한다. 공동체의 이익을 배려하는 양식 있는 사람의 다른 표현으로서 사용되었다.
이 용어에 완전한 평등이라는 의미를 부여한 것이 프랑스 공산주의자인 바뵈프(1760-1797)다. 완전한 평등은 공산주의 확대해석이다.
이 공산주의를 실현시키기 위해 마르크스는 부르주아 계급이 인류의 역사에서 수행한 진보적 역할을 높이 찬양했다. 동시에 자본주의사회가 그 내재적 모순으로 발생하는 프롤레타리아트의 계급혁명에 의하여 붕괴한다고 예언했다.
이것을 제시하기 위하여 마르크스가 심혈을 기울여 쓴 것이 ‘자본론’이다. 그러나 왜 아직도 서방 자본주의사회가 붕괴되지 않고 있을까.
마르크스 이론의 한계다. 마르크스 추종주의자들은 여러 수정주의를 거쳤지만 아직도 자본주의는 붕괴되지 않았고, 그 이론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지난 91년 소련과 동유럽 공산주의 국가들이 붕괴되었다.
그런데 이번 판결대로, 문재인이 공산주의자라면, 그의 사상과 이념은 마르크스-레닌주의 실천철학으로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정권이 부정하는 대한민국 자유와 건국, 또 그가 주도했던 촛불시위는 일종의 프롤레타리아트의 혁명의 연장선상이 아닐까. 반드시 한국에서 자본주의를 붕괴시켜 마르크스 자본론의 최초 실현자가 되고 싶은 것이 아닐까.
인간의 사상과 의식, 신념 따위에는 항상 이론이 성립되어야 한다. 사회과학 이론의 핵심은 가설에서 출발한다. 이론은 ‘오류 가능성’을 가진다.
이론은 상호 간의 혹독한 ‘논리적 논박과 경험적 반증’이란 비판에서 살아남는다. 이 살아남은 이론들이 과학적 객관성을 확보하면서 하나의 이론으로 정착된다.
말하자면, 문재인은 공산주의라면, 이것이 타당한 이론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예컨대, 문재인에 대해 모든 총체적 검증이 이루어지면서 논쟁과 반증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문재인이가 공산주의라는 것을 검증할 수 있지 않겠는가.
물은 100도에서 꿇는다. 이것은 과학이다. 그러나 인간의 사상과 감정은 과학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따라서 문재인이 공산주의라는 것은 사회의 보편적이고 타당한 이론으로만 인정되는데, 여기서 논쟁과 이론을 만들어 문재인이 공산주의자라고 억지 춘향격으로 끼워맞추는 거 같다.
솔직히 문재인이가 공산주의자라는 게 거북하다. 그가 공산주의자인가 도마위에 올려놓고 해부하는 것도 싫다. 왜냐, 그는 공산주의 '축'에도 끼지 못한다. 그동안 문재인이 내뱉었던 발언과 행동, 의지 신념 등을 관찰해보았지만 없다.
감히 말한다. 문재인가 그런 공산주의 심오한 이론을 공부한 적 있다고 보는가. 문재인 자서전 ‘운명’을 훑어 보아도 그가 공산주의에 빠진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70년대 대학입학 후 유신반대 데모를 했었고, 80년대 서울의 봄때도 역시 데모를 했었다. 이로인해 잠시 옥중 생활을 했었다. 그후 그는 사법고시에 합격해서 변호사의 길을 걸어왔다.
문재인 비판의식과 사회 의식에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은 마르크스-레닌, 엥겔스도 아니다. 작고한 리영희 교수다. <사진> 그의 저서 ‘전환시대의 논리’가 문재인을 바꾸었다.
책은 유신체제시절 대학생들에게는 필독서로 꼽혔다. 그는 이 책을 보면서 미국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었다. 미국을 무조건 정의로 바라보는 관점이 아닌 제국주의 약탈국으로 보았다.
그는 베트남 전쟁의 부도덕성과 제국주의 전쟁의 성격으로 보았다. 리영희는 베트남 전쟁에서 미국의 패망을 예고했다. 그는 이 대목에서 리영희를 사상적 스승으로 흠모했다.
또 문재인은 2016년 작고한 신영복 교수를 존경한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월남공화국(남베트남)이 패망했을 때 환희를 느끼고 쌍수를 들었다는 사람이다.
육군사관학교 강사로 있던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체포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복역하던 중 1988년 전향서를 쓰고 20년 20일만에 석방됐다.
감옥에서 보낸 편지를 묶어 펴낸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아래 사진은 청와대 걸려 있는 신영복 교수 작품>
정리하면 문재인은 반미를 바탕으로 역사를 서술했던 좌파 학자를 동경해왔다. 또 사상 의식은 이들이 펴낸 저서에서 형성됐다.
균형적인 감각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보다 멀리, 보다 더 깊게, 보다 더 다양한 세상의 철학과 인물, 이론은 접하지 않았던 거 같다.
그가 이번 휴가 때 읽은 책만 봐도 그렇다.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는 포토 에세이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 관한 책인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바둑 전문 국수.
읽은 책은 그의 수준을 대변해준다. 이러니 가볍다. 좌-우 논리로만 세상을 본다. 흑과 백의 논리 뿐이다. 니편, 내편을 가른다.
사고의 다양성이 없다. 대화의 전문성이 없다. 지식의 체계성조차 없다. 철학은 빈곤하다 못해 머리속에서 벗어난 지 오래된 거 같다. 오직 외눈박이로만 세상을 보는 거 같다.
우파 궤멸-좌파 우대론. 어쩜 문재인의 사상과 이론 그가 추앙했던 인물 등 총체를 검증할 때 당연히 그에게 보수 우파가 적폐대상인 것이다. 적폐대상 아닌 것이 이상할 따름이다.
이런 문재인에게 공산주의라는 것은 어쩜, 이 판결이 문재인을 사상가 반열로 올려놓지 않을까 걱정이다.
다시 정리해보자.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기 보다는 공산주의 사상에 빠진 자들을 동경하는 거 같다. 굳이 공산주의자로 갖다 부친다면, 자신의 감성과 주관, 지성보다는 상대의 감성을 중시하는‘낭만적 공산주의’가 맞을 거 같다.
그런데 문재인을 공산주의자가 아닌가 덧칠하는 자들이 있다. 바로 문재인을 감싸고 있는 임종석 비서실장을 비롯한 비서관들이다.
김일성 사상을 존경하거나, 김일성주의자로 학생운동 하다가 감옥 갔다 온 비서관들이 너무 많다. 이들이 그 후로 사상이 바뀌었다는 고백을 들어본 적이 없다.
이들은 흔히들 주사파라 불린다.
“남조선혁명은 남한의 혁명세력이 주체가 되어 수행해야 한다"는 일종의 ‘지역혁명론’으로서 우선 1단계로 남한에서 ‘민족해방 인민민주주의 혁명’을 수행한 다음, 2단계로 사회주의 혁명을 진행시킨다 는 ‘단계적 혁명론’이다.
주사파들의 인식은 미국 세계제패를 위한 한국을 병참기지로 활용하기 위해 강제로 점령한 식민자라는 관점에서 출발하고 있다. 북한이 늘 시부리는 “남조선은 미제의 완전한 식민지이며 침략적 군사기지이다”, “미제는 남조선을 정치-경제-군사적으로 완전히 예속시켰다”, “미제에 의해 일부 재편성된 남조선은 여전히 식민지 반봉건적 성격을 띠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북한은 이른바 미제국주의자들로부터의 ‘해방’과 파쇼적 반공세력에 대한 ‘혁명’을 통해 남한에서 공산정권을 수립하는 것을 대남 전략의 목표로 추구해왔다.
주사파의 사상은 이렇듯 얼치기 김일성 주의 추종이다.
한 가지만 더 짚고 넘어가자. 문재인 정권 국정원 개혁위 위원장이자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
정해구는 한반도 역사의 ‘현대사’ 부분을 북한의 정통성을 인정하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전형적인 ‘종북주의’ 사관주의자다.
‘6.25 남침론’ 수용론을 거부한자. 북핵 문제에 관하여 북한의 입장을 비호하는 인물. 김일성 사상으로 똘똘 뭉친 정해구.
문재인은 이 같은 사람에게 국정원 개혁과 ‘정치혁신’의 중책을 맡겼다. 이러고도 대한민국 자유가 지켜지고 있는 것이 기적같다.
내 고향은 부산이다. 초등학교 때 교실에서 보이는 오륙도를 보면서 신비의 섬이라 막연히 생각했다.
세윌이 흘러 배를 타고 오륙도를 자세히 보게됐다. 직접와서 본 오륙도는 5개의 섬이 물이 불어나면서 없던 섬이 드러나는게 아닌가. 섬의 낮은 부분이 불어난 물로 인해 중간부분이 물에 잠기면서 6개의 섬으로 보였다가 5개로 보였다 했다.
그런 사실을 알고 나면서 현상과 본질에 대해 헛헛함을 느꼈다. 오히려 신비의 섬으로 알고 있을때의 설레임과 과학적이고 논리적으로 알고 난 뒤의 깨달음 뒤의 묘한 허무함들.
오륙도가 마치 문재인 같다. 공산주의자로 보였다가 안보였다가. 문재인 주변 주사파들이 물러가면 문재인은 공산주의자가 아닐테고, 그들이 버티고 있다면 공동 공산주의자인가.
그래서, 판결은 쿨 했지만, 머릿속은 '콩사탕'이 굴러가듯 복잡하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공산주의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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