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마침내 보수 통합의 시동을 켰다. 한국당은 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중도·보수 정치권 통합을 위한 혁신통합추진위원회(통추위) 출범에 합의했다.
여기에는 새로운보수당, 국민통합연대, 플랫폼 자유와 공화 등 시민단체들이 참여했다. 이날 회의에서 박형준 ‘플랫폼 자유와 공화’ 공동의장을 위원장으로 추대했다.
박 전 의원은 그동안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새보수당 유승민 보수재건위원장 사이에서 통합 협상 중재 역할을 해왔다.
향후 통추위에는 무소속 이언주 의원이 창당하는 ‘미래를 향한 전진 4.0’도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 7일 보수통합 보수단체 연합체인 범시민사회단체연합이 개최한 '2020 시민사회 신년회'도 열렸다. 이 자리에는 한국당 김무성·조경태 의원, 새보수당 정운천 공동대표, ‘미래를 향한 전진 4.0’ 창당준비위원장인 무소속 이언주 의원 등 보수 인사들이 나란히 참석, 통추위에 힘을 실어줬다.
통추위 참여 면면과 그 조직은 탄핵에 찬성했거나 동조했던 세력들이고, 그들이 주축된 시민사회 단체다. 표면은 반문연대를 통한 차기 총선서 자유 진영 승리다.
그러나 이날 통추위가 내건 통합 대상 세력은 ‘보수우파’가 아니다. ‘중도·보수’다. 중도보수만을 바라보는 총선을 치르겠다는 것인가.
이들은 이날 “문재인 정권에 반대하는 중도보수 모두 모여라”라고 외쳤다. 도대체, 보수면 보수이지 중도보수는 뭘까.
중도보수 뜻을 찾기 위해 백과사전을 뒤져봤다. 그런 용어가 아예 없었다. 중도우파(中道右派)만 있었다. 중도우파는 좌파와 우파의 중심에서도 우파 쪽으로 기운 것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보수주의, 기독교 민주주의, 경제적 자유주의, 고전적 자유주의 등을 이념으로 갖는다. 반대 의미에는 중도좌파가 있다.
이들이 우파라는 말을 사용하면 극우적 냄새가 나서 중도보수라는 용어를 사용했는가.
보수의 반대말은 진보다. 대부분 보수를 우파라고 하고, 진보를 좌파라 한다. 보수주의는 자유시장 경제 체제를 옹호한다. 정부의 간섭과 규제를 최소화하여 구성원 개인이 발전하면 사회 전체도 나아진다는 것이다.
반면에 진보주의는 정부의 역할을 강조한다. 인간의 불평 등은 그냥 해결될 수 없으며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라고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공평한 분배를 위해서는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하고 그것을 실천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믿는다.
그런데 중도보수라 함은 ‘반은 진보주의’요, ‘반은 보수주의자’로 규정할 수 있다. 통추위가 통합의 대상으로 포함시키려는 중도보수는 기회주의적이고, 위선적 냄새가 물씬 풍긴다.
그럼 이들은 차기 총선서 우파도 아닌, 좌파도 아닌 중간 진영 인사들만의 지지를 받아서 승리하겠다는 환상에 취해 있단 말인가.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보수면, 보수고. 진보면 진보지, 중도진보가 있는가. 혹시나 싶어 다시 백과사전을 찾아보니, '중도진보'라는 용어도 없었다. 통추위는 학문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고, 백과사전에도 없는 중도보수라는 용어를 끄집어 내어서 자신들만의 통합을 추진하겠다는 의도인가 뭔가.
인간은 더러운 것은 피할 수 있지만, 맞지 않는 인간끼리는 좌든, 우든 한 지붕 속에 살아 갈수가 없다. 양측이 의식을 공유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인간에게 있어서 이념의 지도는 대단히 중요하다. 지금처럼 이념의 가르마가 중요한 적은 없었다. 작금의 대한민국 우파 상황은 명확한 이념 지도에 대해 입장 정리가 되어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 우파들은 자신의 이념지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이 이념 지도를 더 이상 숨기면 안된다. 자신이든 조직이든 이념지도를 명확히 드러내지 못하는 것은 또다른 기회주의 유형이다.
통추위가 내건 중도보수는 말장난이다. 국민을 속이기 위한 꼼수이자 사기다. ‘중도보수’란 그럴듯한 말로 국민을 속이고, 통합이란 말로 국민을 현혹시킨다.
이들이 통합을 하려는 목적이 무엇인가. 보수가 반문연대를 통해서 차기 총선서 과반수를 획득해서 자유대한민국을 지키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하는 통합은 자유대한민국을 지키는 데 있지 않다. 오직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고,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시키고, 금배지를 달겠다는 것 외 보이지 않는다.
통추위에 참여하는 면면들이 그렇고, 그 면면들이 그동안 살아온 궤적을 추적해보니 그렇다. 그런 이들이 추진하는 통추위는 보수 우파의 지지를 받고 성공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결국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우선 통추위는 반쪽이 통합에 그칠 것이다. 이들이 지향하는 중도보수는 사탄파들이 주축이다. 말하자면 이 통합은 ‘사탄보수대통합’(사탄통)이라는 게 진성우파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진성우파들은 통추위에 참여하는 자들은 진정한 보수가 아니다고 한다. 보수의 흉내를 낸 자들이라는 것. 사탄파들끼리, 사탄통을 이루는 것이 뭐가 보수대통합인가 반문한다.
진성우파가 참여하지 않는 통합은 진정한 보수대통합이라 할 수 없다. 자유진영의 진성 우파로 손꼽히는 우리공화당이 참여하지 않는다. 우리공화당은 “사탄파들과 함께 하는 통합에는 절대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진성우파들은 이 통추위 출범이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고 반기고 있다. 이는 통추위가 출범하면 보수우파끼리 명확한 가르마가 타지기 때문이다. 사탄파가 주축된 사통파냐, 아니면 진정우파가 주축된 사기탄핵반대파냐다.
위장기회주의 보수냐, 아닌가를 명확히 드러내는 기준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또 자유와 진실 정의를 추구해온 보수냐, 아니면 거짓과 불법에 눈을 감고, 사기에 동조해온 세력인가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통추위 출범은 보수의 이념지도가 확실하게 갈라짐을 의미한다. 그동안 우파가 좌파들에게 패한 것은 이데올로기 전에서다.
저 사람이 보수인지, 아닌지 피아 구분이 안되기에 통합과 단합을 이루지 못했다. 이제 통추위를 통해 명확한 범우파 이념 지도가 그려질 것이다.
조만간 태극기 자유 우파 진영 일각에서도 통추위 참여를 놓고 열띤 논쟁을 더할 것이다. 이를 통해 그 커밍아웃을 해야 한다.
표면적으로 통추위를 지지하든 아니든 내가 갖고 있는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것은 자신의 정치적 의식에 따른 실질적인 의식의 다양성이나 역동성을 보여주는 행위다.
결국 통추위 출범 후 지지냐, 아니냐는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나게 해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어디를 지지하느냐, 안하느냐를 드러내지 않은 것은 자신의 정체성을 속이는 기만이다.
이것은 우파 대중을 속이는 또 다른 유형의 유전자 변이일 수 있다. 그 지지를 통해 자신이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고 이후 차기 총선서 심판을 받아야 한다. 이것은 대한민국의 운명이라면 어쩔 도리가 없다.
통추위 출범은 차기 총선서 보수 우파의 승리가 아닌 개작살로 드러날 것이다. 이것은 악몽이 아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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