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당 대표 탄핵 동조자, 결별해야
자한당 공조의 대상 아닌 해체의 대상
27일 오후 경기 고양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한국당 전당대회에서 황교안 후보가 총 6만8714표(50%)를 득표했다. 오세훈 4만2653표(31.1%)·김진태 2만5924표(18.9%) 후보를 제치고 당대표 선거에서 승리했다.
황 후보가 한국당 대표로 선출되면서 그동안 김진태 후보를 지지해온 태극기 우파들은 한국당에 남을 것인가, 탈당 할 것인가 선택한 후 주사위를 던져야 한다.
황 대표를 도와서 한국당이 과감한 혁신과 변화를 하도록 해야하는가, 아니면 김진태가 낙선했으므로, 한국당이 더 이상 혁신과 변화를 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떠나느냐다. 당장 한국당을 떠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무게 실리고 있다.
그러나 한국당에 남아서 김진태 의원의 행보를 지켜 본 후 결정하겠다는 사람도 더러 있다.
태극기 우파들이 한국당에 입당한 것은 김진태를 당 대표로 선출케 하기 위함이었다. 이들이 한국당에 ‘울며 겨자 먹기’식 입당한 것은 그를 통해 진정한 보수 우파 정당을 재탄생시키겠다는 절박함 때문이었다.
태극기 우파들은 김진태를 당 대표로 선출시키기 위해 극성스러울 정도로 밤낮없이 지원해주었다. 김진태가 한국당 탄핵 세력을 ‘아웃’시키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 무효’와 ‘석방’, 나아가 문재인 좌파 정권과 강력한 투쟁을 해서 ‘문재인을 퇴진’ 시킬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김진태 역시 당 대표로 선출되면 우선적으로 이 문제 해결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런 김진태가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는 커녕, 오세훈에게도 밀린 3위를 기록했다. 향후 그의 입지가 상당히 협소해 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확대 해석 일 수 있지만 태극기 우파들은 “김진태 낙선은 더 이상 한국당이 혁신과 변화를 이룰 것이란 기대가 사라졌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황 대표의 언행에서 충분히 드러났다. 지난 27일 황 대표는 당 대표 수락 연설을 통해 “이 단상을 내려가는 그 순간부터, 문재인 정권의 폭정에 맞서 국민과 나라를 지키는, 치열한 전투를 시작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28일 취임 첫 당 지도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도 대여 투쟁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그는 “이 정부의 잘못된 정책과 폭정을 막아내라는 것이 국민의 가장 큰 바람”이라며 “필요하면 과감히 싸우고 실제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대안정당으로서의 투쟁 모습을 보여나가겠다”고 했다.
황 대표가 치열한 전투를 할 수 있을지 그 첫 번째 시험대가 여권이 ‘518 폄훼’ 논란의 중심에 섰던 김진태·김순례·이종명 의원의 징계를 주장했을 때 어떻게 대응 하느냐다. 여권은 세 의원에 대해 강력한 징계를 주문했다.
이에 대해 황 대표는 27일 당선 후 기자간담회에서 ‘5·18 폄훼’ 논란과 관련해 전당대회 종료 전까지 징계가 유예된 김진태·김순례 의원의 징계 절차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해 “징계 절차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 여러 의견을 수렴해 잘 처리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28일 당 지도부 회의에서도 “당의 절차대로 협의해서 진행 하겠다”고 했다. 최고위원에 당선된 김순례 의원에 대한 징계 수위가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한번 기다려봐 달라”고 했다. 광주를 방문할 계획이 있는지 묻는 말에는 “여러 행보를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국당은 이들 의원 징계와 여권이 발의한 5.18 처벌 논란과 관련, 당론으로 확정은 안했지만 6·25 남침이나 천안함 폭침을 부정하는 사람도 모두 징역형에 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발하고 있다. 한국당이 이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혔는데도 오히려 그는 한발 또 뺐다. “치열한 전투를 시작하겠다”는 그의 당 대표 취임 일성이 무색할 정도다.
또 황 대표는 탄핵 관련해서도 “헌재의 결정은 옳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탄핵 불복 운동으로 이어나갈 생각이 있는지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을 존중한다는 말을 여러번 했다. 이제는 우리가 미래로 나가는 일에 매진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그는 지난 19일 TV조선에서 진행한 한국당 당 대표 후보 토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은 어쩔 수 없었다”는 OX 문답에서 X를 선택한 황 전 총리의 대답은 “(박 전 대통령이) 돈 한 푼 받은 거 입증이 안 됐다, 그런 상황에서 탄핵이 타당한 지에 대해선 동의할 수 없다”였다.
그동안 탄핵 관련 질문이 나올 때마다 두루뭉술하게 넘어갔던 황 후보는 이날 "박근혜 대통령, 돈 한 푼 받은 거 입증되지 않았다. 그런 상태에서 과연 탄핵이 타당한 것인가 이 부분에 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발언 역시 좌파들과 기회주의 우파들이 반발을 나타내자 오해라고 한발 뺐다. 지난 20일 채널A가 중계한 당대표 후보 3차 TV토론회에서 황 후보는 “전날 토론회에서 O, X로 물었는데 원래 ‘세모’(△)’로 답하려고 했다”며 “선택지가 없는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이런 식으로 제 말씀을 왜곡하는 점에 유감”이라며 불쾌감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경선 TV토론회에서 “최순실 씨의 태블릿 PC가 조작됐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선 침묵을 지켰다.
황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 사면론’에 대해서는 “박 전 대통령이 오랜 기간 구금돼 참 안타깝다”면서 “사면에는 법률적 절차가 필요하지만 국민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는 사면 결정이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황 전 총리는 지난달 15일 한국당 입당할 때는 “사면은 형사법적 절차이기도 하지만 정치적 측면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국민이 통합하고 화합하고 하나 되는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사면에 대해 섣부른 판단을 경계했다.
28일 황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관련한 질문에는 "미래를 살리는 일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탄핵 관련 발언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인지 묻는 말에는 "이미 오랫동안 얘기된 사안이다. 다시는 발목을 잡지 않도록 앞으로 나가자"고 했다. 더 이상 탄핵문제를 거론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황 대표는 말바꾸기의 전형이다. 여러 논란의 발언에 대해 정확한 입장 표명을 한 적이 없다. 특정 사안에 대해 치고 나갔다가 여론이 좋지 않으면 빠지고. 여론 간을 보고, 말을 바꾸는 등 기회주의 전형이었다. 그가 “문재인 정권과 맞서고 싸우겠다”고 밝혔지만 그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을 사람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황 대표가 28일 첫 일정으로 국립묘지를 방문했다. 그는 이승만·박정희·김영삼, 좌파 김대중 묘역까지 참배했다. 경남 김해 노무현 묘역까지 갈 의향을 내비쳤다.
황 대표의 전직 대통령 묘역 참배는 화합적 차원이라 밝혔지만 우파 일각에선 “좌파들은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는데 굳이 김대중 묘역을 가고, 노무현 까지 갈 이유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황 대표는 계속 통합을 강조했다. 27일 당 대표 취임식에서 "당내 통합과 혁신을 통해 당의 외연을 넓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보수 대통합의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기본적으로 우리 당내의 통합이 중요하다. 한국당 안에도 여러 계파가 있었는데 지금은 계파가 없어졌으니, 계파가 되살아나지 않도록 하는것이 중요하다. 우리 당이 튼튼하게 바닥을 다지고 이를 토대로 외연을 넓히는 일이 필요하다. 젊은이들도 많이 모일 수 있고 다양한 계층의 전문가가 함께 해 통합의 확산을 이뤄가도록 하겠다. 이 모든 것을 위해 우리의 혁신이 필요하다. 혁신을 토대로 통합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
28일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는 “통합이 가장 중요하고 선행돼야 한다” 말했다. 그는 “선 당을 통합한 후 더 나아가 넓은 통합까지 차근차근 그러나 확실히 이뤄가야 한다”고 했다.
그 통합론은 탄핵 역적 김무성과 유승민까지 안고 가겠다는 것이다. 황 대표의 이런 통합론에 대해 이미 일부 태극기 세력들이 동참할 뜻을 분명히 했다. 황 대표의 보수대통합론은 탄력이 붙을 가능성이 있지만 진정한 태극기 우파들은 그의 통합론에 대해 회의적이다.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는 “탄핵 세력 최소 김무성,권성동, 김성태 등을 퇴출하지 않는 통합은 사면면죄부 통합이다”고 질타했다.
이렇게 된다면 황 대표의 통합론은 진정한 태극기 우파가 참여하지 않는 말그대로, 이빨이 빠진 깨진 접시가 되는 것이다.
황 대표는 통합론의 조합을 완성시키기 위해서라도 태극기 우파들을 당에 묶어 두려고 할 것이다. 자칫 태극기 우파들은 이런 통합에 불쏘시게 수단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
27일 김진태 낙선 이후 한국당에 입당했던 많은 태극기 우파들이 탈당 러시를 이루고 있는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많은 태극기 우파들은 한국당에 남아 있을 경우 이용당할 우려가 있다면서 “탈당이 답이다”고 단호히 말했다.
인천에 사는 김성열 씨(62)는 “한국당에 입당한 것은 김진태 당선시키는 게 목표였다. 김진태가 떨어졌으니 더 이상 한국당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며 28일 오전 탈당을 했다고 밝혔다. 김진태를 지지한 한 목사님은 “김진태 행보를 두고 본 후 결정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한국당은 우파의 입장을 대변해주지 못할 거 같다”면서 “삼일절 집회가 끝난 후 탈당 할 것이다”고 밝혔다.
대한애국당 소속이었는 데 김진태 지지를 위해 한국당에 입당한 사람들도 애국당으로 돌아오고 있다. 애국당 당직자는 “김진태 낙선 이후 애국당에 재입당하겠다는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고 밝혔다.
한 교포는 “자한당을 버리고 이젠 대한애국당을 수권 정당으로 애국시민들이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원진 대표는 “애국당은 늘 문호가 개방되어 있다. 애국당 당원 100만 명이 확보되면 자한당을 바꾸고 해체시킬 수 있다”면서 이제 대한민국 야당의 주인은 애국당이다“고 강조했다.
어정쩡 했던 모든 가면이 다 벗겨졌다. 한국당 편에 서서 갈 것인가, 애국당 편에 서서 자유 대한민국을 지킬 것인가. 태극기 우파들이 구질구질하게 한국당에 남아 있으면 역시 탄핵 동조자가 된다는 여론도 높다.
애국당 당원인 경기도 파주 박철영 씨(54)는 “이제 김진태 당 대표 선출 막이 내렸다. 탄핵 동조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태극기 우파들과 함께 모여서 향후 진로를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우파들에게 한국당은 더 이상 희망이 아니다는 반응도 나왔다. 미국 공화당 유진유 씨는 “같은 우파라 해도 박근혜 대통령 불법 사기 탄핵을 침묵하는 자한당은 결국 스스로 탄핵 정당임을 드러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 우파들에게 있어서 이런 자한당은 공조의 대상이 아닌 해체의 대상이다”고 강조했다.
한국당 엑소더스(탈출)가 예고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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